17일 국회 본회의서 처리 목표
“與 시간끌기 땐 단독 법안 통과”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예고된 가운데 야권은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씨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률안 제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야 및 탄핵 요구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 정치권의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문제이지만, 별도 특검은 야권이 주도적으로 정국을 끌고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다. 특히 검찰이 금명간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내놓을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검법 제정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야권의 별도 특검법(가칭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의 마지노선은 17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다. 이날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자연히 다음 본회의가 잡혀 있는 12월 1일까지 특검 카드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급변하는 정국을 감안할 때 2주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사실상 특검 카드의 기능적 소멸을 뜻한다”며 “17일에 결단을 내지 못하면 지지층의 비판은 물론, 진상 규명의 골든타임도 놓치게 돼 협상력을 총동원해 관철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특검법 총력전은 20일을 전후로 한 최씨 기소 시점과도 연동돼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검찰에게 ‘특검 추진’이라는 메시지를 빨리 보내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권의 견제가 없다면 검찰이 대통령의 가이드 대로 적당히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당도 이를 알고 시간 끌기 전략으로 나서고 있어 야권 단독으로라도 특검법을 17일에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권이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팀이 구성된다. 특검법 초안에 따르면, 이번 특검팀은 특검과 특검보 4명을 중심으로, 수사검사 30명, 특별수사관 50명 등 125명 규모로 꾸려진다. 현재 특검 후보로는 임수빈(55ㆍ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와 이광범(57ㆍ13기) 변호사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을 보도한 MBC PD수첩의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무혐의 처분 의사를 밝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이듬해 사표를 제출했다. 진보 성향의 판사 학술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이 변호사는 2012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별검사를 역임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