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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모적인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쟁, 그만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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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모적인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쟁, 그만할 때 됐다

입력
2018.05.02 19: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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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마련한 중학교 역사ㆍ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을 2일 공개했다. 이번 시안 역시 과거처럼 이념 논쟁을 부를 사안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시안은 6ㆍ25와 관련해 ‘남침’이라는 표현을 교육과정에서 유지했고,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말은 뺐다. 지난 정권 국정교과서 편찬 때 등장했던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되돌려졌고, 이명박 정부 때 쓰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일부 언론의 부추김과 이념 단체들의 반발에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들어갔다 빠졌다 했던 문구들이니 이번 변화에도 시비가 적지 않을 듯하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의 심의와 역사학계 중론, 국민 여론 등을 감안, 7월 초까지 개정안을 확정키로 하는 등 최종 결과에 찬반 의견을 반영할 여지를 남겨 놓았다. 다만 언제까지 집필기준을 두고 이런 이념 다툼을 계속할 건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가령 집필기준에 ‘자유’를 뺀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면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의 여지를 둔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은 실제 그런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해 일선 학교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있어서 하는 얘기인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 건국은 임시정부에서 시작해 광복 이후 정부 수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미 상식인데 ‘정부’라는 표현의 유무가 무슨 대단한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이 사반세기 전 일인데, 굳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를 부각시켜 가르쳐야 하고, 그것이 남북 화해와 통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기준들이 교과서 편집이나 실제 교육에 영향을 주는 범위는 사회적 논란에 비해 제한적이다. 집필기준에 ‘자유민주주의’가 있던 국정교과서 시절이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검정교과서에 ‘민주주의’ 표현이 수두룩하게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소모적 논쟁의 반복이라고 혀를 차는 이유다. 그보다 시안에서 새롭게 제시된 세계사 교육 강화나 중학교는 전근대사, 고교는 근현대사에 비중을 둔 중복 교육 최소화 등의 변화에 관심을 두는게 훨씬 생산적이다.

더불어 교육부가 새 집필기준의 대전제를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도록 반드시 언급해야 할 내용의 서술 방향성과 유의사항만 제시”한다고 밝힌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비록 검정제이지만 교과서 서술의 자율성을 최대한 허용하는 방향은 반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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