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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혈액암은 99%가 환경 탓… 어른들 잘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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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혈액암은 99%가 환경 탓… 어른들 잘못이지요”

입력
2016.05.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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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주방기구 업체 그린팬의 윔 데 베르만 대표는 "기업은 정직이 우선이고 잘못을 했을 경우 소비자와 세상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팬 제공
벨기에 주방기구 업체 그린팬의 윔 데 베르만 대표는 "기업은 정직이 우선이고 잘못을 했을 경우 소비자와 세상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팬 제공

“혈액암의 경우 발병 원인 중 유전적인 요인은 1%도 안 되고 99% 이상이 환경적인 요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혈액암에 걸렸다면 그건 우리 세대의 잘못입니다. 소아암과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소아암재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벨기에 프라이팬 업체 그린팬의 윔 데 베르만(42) 대표(CEO)는 18일 서울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아이들이 미래”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네 아들의 아버지라는 그는 “아이들이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암에 걸린다면 그건 우리 세대가 만들어낸 것 때문이니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린팬은 창립 이후 벨기에는 물론 미국, 영국 등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한국소아암재단에 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창업자인 베르만 대표는 “생활 환경의 위협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와 주부를 위한 배려 및 조처가 시급하다”며 “수술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암ㆍ백혈병 환아와 가족들에게 이번 후원이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린팬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친환경 주방기기라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근 과불화화합물을 함유한 프라이팬이 고온 가열 시 발암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세라믹 코팅 주방기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여 ‘PFAS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마드리드 성명서를 발표했다. PTFE, PFOA, PFHxA 등 화학물질을 통칭하는 PFAS는 과불화화합물의 하나로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러 붙지 않도록 코팅하는 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고열 가열 시 분해돼 공기 중으로 날아가 인체에 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도 과불화화합물 코팅 프라이팬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다.

엔지니어 출신 베르만 대표는 “정직하고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린팬의 경영 철학”이라며 “건강에 괜찮은지 소비자가 걱정하거나 의심할 필요가 없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정부 기관이나 음식 관련 단체에게 매년 검사를 받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확인한 제품만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PFOA가 프라이팬에 처음 쓰일 때만 해도 사용자들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걸 알지 못했으나 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베르만 대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에는 400개 이상의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밝혀졌는데 법규에 저촉되든 아니든 우리는 그 중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최근 옥시 사태에 관한 것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소비자와 세상에 책임이 있습니다. 보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유독물질을 쓰면 100만개를 더 팔 수 있다 칩시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겠죠. 그렇게 하자는 유혹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린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베르만 대표는 기업의 정직과 사회적 책임을 역설했다. 혹시라도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당장 생산을 중단하고 바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을 덮으려 하는 건 기업으로서 무책임한 일입니다. 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건 당연하지만 현대사회에선 많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치지 않아야 하고 소비자가 안전하게 제품을 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올바른 일을 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어린이 노동을 착취해 만든 휴대전화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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