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상
문화운동가

등록 : 2018.05.11 18:45

[2030 세상보기] 억압적 악수에 대응하는 방법

등록 : 2018.05.11 18:45

포켓몬스터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꼬부기가 지우 일행을 떠나는 장면을 꼽겠다. 그는 소방단에 들어가면서 동료이자 라이벌인 이상해씨와 환송의 악수를 나눴다. 그 둘은 대부분의 포켓몬이 그러하듯 말을 못한다. 말 없이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주고 받은 이 장면에서 아마 전국의 어린이들이 나처럼 펑펑 울었을 것이다.

명장면을 하나 더 꼽자면, 소방단장이 된 꼬부기가 소방대회에 나가는 장면이다. 이때 녀석은 그의 경쟁상대이자 배가 몹시 불룩한 어니부기 소방대장을 만난다. 그런데 어니부기는 꼬부기와 같은 민족이자 동포다. 시합을 앞둔 두 녀석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이 장면에서도 전국의 어린이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처럼 악수는 친교의 수단이자 우호를 드러내는 행위다. 심지어 어떤 악수는 바라보는 이들의 감동과 환호를 자아내기도 한다. 판문점 회담일 아침, 문재인 대통령은 재향군인회 대표자 일곱 명과 환송의 악수를 나누었다. 뒤이어 문 대통령은 배가 몹시 불룩한 김정은 위원장과 경이로운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우리 전통의 보수단체 대표자들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간접 악수가 성사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악수가 아름답지만은 않다. 드물지만 폭력으로 다가오는 악수도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의 성정이 되바라졌다면, 그(녀)는 과하게 힘을 주어 상대의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 남을 제압하고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악수를 그리 한다고 알려진 사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는 17초 동안이나 손을 비틀고 놓아주지 않았는데, 아베 총리는 악수를 마친 후에도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것은 사회생활 중에도 이따금 있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억압적인 악수를 당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녀)가 사회초년생이거나 경험이 적다면 당황할 만하다. 즉시 따지지 못했음은 물론이요 앞으로도 자기 손을 틀어쥔 사람만 보면 주눅이 들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 어떤 계기에 의해 그(녀)가 그 일을 ‘위계에 의한 억압’ 등으로 규정하여 폭로했다. 물리적 힘에 의해 시민적 평등을 침해 당했다는 호소일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즉각 반응하지 못한다. 공평한 이성을 지닌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제3자들은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물론 첫째는 상대방이 실제로 악수를 가장해 교묘히 괴롭혔을 경우다. 그러나 증명이 불가능하다. 만일 지목된 사람이 사실을 부인하고 억울함을 주장한다면 제3자들은 폭로자가 거짓을 호소했을 가능성도 떠올리게 된다.

더 까다로운 가능성도 있다. 폭로자는 진짜로 억압을 느꼈으나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즉, 진실로 우호적인 악수였으나 한 사람의 손아귀 힘이 원체 좋아 다른 한 사람이 통증을 느낀 경우다. 쌍방의 말이 모두 사실이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따라서 이런 일엔, 하나의 가정일 뿐이지만, 피해호소인의 서술만을 중심으로 사건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악수 행위 자체가 불법이나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억압적 악수에 대한 대처법을 만들어놓았다. 악수를 두 손으로 받으면 된다. 겸손해 보이면서 물리적 힘을 막을 수 있다. 더 좋은 방법은 한발자국 다가서며 악수를 하지 않는 손으로 상대방의 악수하는 쪽 팔꿈치를 잡는 것이다. 작년 한미회담 때 문 대통령이 그렇게 했는데, 그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으나 손아귀 힘이 쑥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악수를 아예 안 받는 방법도 있다. 지혜로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3일 김성태 의원의 단식농성장을 찾아 “나는 절대 단식은 몬해”라며 따사로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대화를 마친 후 일어날 때 김 의원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손이상 문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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