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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논란 여지에 세수 확충·종교인 과세는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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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논란 여지에 세수 확충·종교인 과세는 모호

입력
2015.08.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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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소비세 완화·ISA 도입 등 고소득층에 혜택 쏠릴 가능성

법인·소득·부가세 전혀 손 안대, 세수 증대 효과 1조 900억 불과

종교인 과세 강도 한층 높였지만 국회 협조 불투명·정부 의지도 미약

최경환(오른쪽에서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최경환(오른쪽에서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내년도 세법개정안은 민감한 사안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은 ‘로키(Low-key)’, 즉 저자세 기조라는 것이 정부의 자체 평가다. 그러다 보니 증세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딱히 마땅한 세수 확충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곳곳에 ‘부자 감세’ 논란을 일으킬 만한 세법들도 눈에 띈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이번 세법개정안의 3대 쟁점을 살펴봤다.

쟁점1. 부자감세냐, 서민감세냐

우선 일종의 ‘사치세’인 개별소비세 완화 방침은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구, 카메라(렌즈 등 포함), 시계, 가방, 모피, 융단, 보석, 귀금속에 대한 과세 기준 가격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는데, 당장 내년부터 수백만~수천만원짜리 명품 백이나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 품목당 최대 60만원의 절세 효과를 누리게 된다.

소득수준에 따른 가입 기준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13만여명에 불과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연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를 제외한 근로소득자, 자영업자라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확 낮춰줬다. 이에 따라 저축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넉넉한 고소득층에 비과세 혜택이 쏠릴 공산이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에 2,000만원씩 5년간 총 1억원을 저축할 여력을 가진 계층은 5분위(소득 상위 20%)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 부담 귀착 효과를 근거로 전체적으로는 ‘서민 감세’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에 따라 서민ㆍ중산층(총급여 5,900만원 이하)과 중소기업은 각각 연간 1,500억원, 100억원 정도의 세금 부담 경감 효과가 생기는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는 각각 연간 6,400억원, 4,100억원의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

쟁점2. 더 이상 세수 펑크는 없나

정부가 밝힌 올해 세수 결손 규모만 5조6,000억원.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덜 들어오는 이런 세수 결손은 2012년부터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어 한국이 ‘재정 절벽’을 앞두고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지만 정부는 증세의 정치적 부담을 올해도 외면했다. 정부가 밝힌 올해 세법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1조900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세수 결손 규모(2013년 8조5,000억원ㆍ2014년 10조9,000억원)보다 턱 없이 적다.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결과인데, 그렇다고 당초 공언대로 비과세ㆍ감면을 대폭 없앤 것도 아니다.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ㆍ감면 제도 88개 가운데 19개만 원칙대로 폐지(일몰 종료)하고 나머지는 일몰을 단순 연장(51개)하거나 재설계(8개)했다. 일부(10개)는 오히려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늘렸고, 청년고용증대세제 등 신설된 비과세ㆍ감면도 상당수다. 이에 대해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세법 개정안은 세율 조정 없이 비과세ㆍ감면만으로 세수를 확충하겠다는 정부 주장의 공허함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야당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재정파탄을 영구히 지속시킬 대단히 무책임한 세법개정안”이라며 쟁점화를 예고했다.

쟁점3. 종교인 과세 가능할까

정부는 숙원 사업인 종교인 과세에 2013년에 이어 올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세 강도도 한층 높였다. 종교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경비 인정 비율을 20~80%로 차등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과거 법안보다 누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종교인 표심에 민감한 국회가 협조해줄 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정부는 과세 형평성 때문에 하겠다고 하고, 우리 의원들은 신중히 하라고 해서 국회로 넘어오면 논의가 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정부 의지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평가다. ‘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시행령으로라도 과세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우선 법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법 통과가 안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지금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는 국회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작년에 시행 시점을 1년 늦춘 시행령만으로도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에 나설 수 있지만, 현재로선 법 통과가 안 될 경우 정부가 시행령 시행 시점을 또다시 미룰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하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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