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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 흔들기’ 논란…무슨 일 있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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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 흔들기’ 논란…무슨 일 있었길래

입력
2013.09.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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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은 6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혼외(婚外) 아들’ 의혹을 부인하면서 “검찰을 흔들려는 일체의 시도들에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보도 자체를 ‘검찰 흔들기 음모’로 규정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 등으로 채 총장과 불편한 관계였던 청와대, 국정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채 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1면 톱 기사에서 그가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1999년 만난 내연녀 A(54)씨와의 사이에서 2002년 7월 아들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던 아들 B(11)군은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며, 미국에 머물고 있는 A씨는 곧 귀국할 예정이다.

채 총장은 이날 평소보다 두 시간 이른 오전 7시쯤 대검 청사로 출근해 측근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운을 뗀 뒤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며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직무 수행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도 “사실 여부는 총장 개인 영역이지만, 특정 언론을 통해 현 시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도발로 채 총장이 받아 들이고 있다”며 “여러 채널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 총장이 의심하는 ‘특정 기관’은 국정원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채 총장 취임 후 진행된 일련의 검찰 수사가 두 기관의 이해관계와 상충돼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는 말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경우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을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구속 기소한 이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검찰이 공판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이) 댓글 작업에 나섰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자, 국정원 내부에서 “(검찰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보도 이후 국정원이 한 간부가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A씨에 대한 정보를 공공연히 흘리고 다녔다고 들었다”며 “검찰에 서운한 점이 있었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됐다”고 성토했다. 채 총장의 최측근도 “A씨와 B군을 통해 사실 확인 자체가 어려워 김대업 사건 때처럼 진위 자체가 미궁에 빠진 채 계속 의혹이 부풀려질 수 있다”며 “국정원은 이런 상황을 노린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국정원 입장에선 검찰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수사를 함께 하는 상황이라, 문제를 일으켜 얻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채 총장의 수사 지휘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뻔히 의심받을 입장에서 혼외 자식설을 퍼트릴 만큼 정국 분석에 어둡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채 총장이 검찰 개혁의 기치를 들고 정권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독립된 행보를 이어가 조율이 어렵고, 야권 성향의 인물이라 정국 운영에 불안함을 준다”는 얘기가 민정수석실 주변에서 꾸준히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채 총장 체제가) 불안하다고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대응할 리 있겠냐”며 “오히려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라 혼외 자식설을 알아도 퍼트릴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누가 혼외 자식설을 퍼트렸든 채 총장 체제의 검찰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혼외 자식이 있다는 게 총장으로서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채 총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공언한 이상 혼외 자식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도덕적인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채 총장이 낙마할 경우 이석기 의원 수사 등 현안에서 당분간 국정원과 민정수석실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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