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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MBC는 아직도 박근혜 시대인가

입력
2017.08.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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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 거부하는 두 공영방송

MBC에서는 충격적인 고발 이어져

국민이 힘 보태 공영방송 바꿔내야

청와대 입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는 지금 금속노조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누구는 텐트가 인도를 점거해 시민에게 불편을 준다고 비판하지만 여름 철 찌는듯한 더위와 차량 소음을 참아가며 거리에 나선 그들의 절박한 사연마저 부정하는 것은 야박한 처사다.

텐트에는 구호를 적은 종이판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유성기업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내용도 적혀 있다. 자동차 엔진부품 기업인 유성기업은 노조 파괴의 대명사로 통한다. 2011년 근무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노조가 2시간 부분파업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직장폐쇄에 나서고 차별과 징계, 고소와 고발로 조합원을 극단으로 몰아붙인 대가다. 그 결과 올해 2월 대표가 실형을 받으며 법정구속되고 5월에는 유성기업 노조 파괴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 법인과 관계자들까지 기소됐다. 검찰의 태만으로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유성기업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작게 나마 찾은 셈이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퇴행의 길로 들어선 KBS와 MBC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 명색이 공영방송이면서도 그 오랜 세월 동안 공공성을 내친 채 권력에 순응한 게 고질이 됐는지 정부가 바뀌든 말든, 세상이 변하든 말든 요지부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난 뒤 두 방송에 대한 기대가 한때나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인쇄매체의 일부 젊은 기자들 또한 곧 세상이 바뀔 테니 기회가 되면 공영방송으로 옮길까 했던 모양인데 그 역시도 두 방송이 이제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반영이었을 테다. 지금 보면 너무 순진하고 터무니 없는 기대여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MBC에서는 고개를 젓게 하는 충격적인 고발이 요즘도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의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4대강, 국정원 등을 다루지 못하게 하는 등 검열이 횡행했다거나 탈원전, 증세,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라고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거나, 파업 참가 아나운서는 마이크 앞에 못 서게 했다거나, 집이 일산이면 저 멀리 용인으로 발령하는 등 미운 털 박힌 직원을 치졸하게 탄압했다는 사례가 성명 발표와 증언으로 공개됐다.

그와 함께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친소관계, 2012년 파업 참가 여부 등을 따져 카메라 기자들의 성향과 등급을 나누고 인사 평가와 인력 배치를 그에 맞춰 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MBC판 블랙리스트’까지 나왔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정신의 명백한 위반이고 박근혜 정부가 심판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블랙리스트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MBC판 블랙리스트’의 실존 여부는 엄중한 문제다.

MBC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준 보수정권 편들기와 편파성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 결과가 촛불집회 현장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는 소리를 들으며 기자들이 쫓겨난 것이다. 얼마 뒤 개봉하는 ‘공범자들’은 권력을 추종한 경영진과 간부들이 그렇게 공영방송을 망친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 한다.

그런 경영진과 달리 직원들은 공정 방송을 위해 힘을 다해 싸웠다. 파업도 하고 제작거부도 했으며 그 때문에 징계를 받고, PD가 회사 앞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에 배치되는 등 말도 안 되는 수모를 당했다. 수많은 법정 다툼이 있었고 여섯 명은 회사에서 쫓겨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공범자들’을 만든 최승호 감독 또한 MBC에서 해직된 PD 출신이다.

세상이 원하는 만큼은 아닐지라도 이전과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는데 MBC만큼은 아직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제 직원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MBC를 박근혜 시대에서 건져내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힘이 부족하면 국민이 힘을 보태야 한다. 그렇게 국민이 힘을 더할 때,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의 지적처럼 공영방송이 진실성과 공정성의 원칙을 세우고 시민의 삶을 반영할 수 있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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