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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성범죄에 학생들 더 이상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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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성범죄에 학생들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입력
2015.0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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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서 성추행 등 늘어난 것은 피해자들 신고 비율 높아졌기 때문

민주·인권교육 받은 신세대 학생들 전근대적 교수의 부당 요구에 반기

SNS와 대학별 인권센터도 힘 더해

지난해 말 상습적인 제자 성추행 혐의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가 구속 기소돼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자고 나면 새로운 사건이 터져 있을 정도로 대학 교수의 성추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대뿐만 아니라 명문대에서도 발생이 잦고 원로교수까지 추문에 휩싸이는 등 예외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달 성추행을 저지른 교수를 피해 학생들 대신 직접 경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내놓기도 했다.

대학 교수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수 성범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학내 성추문이 공론화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교수의 권위에 눌려 침묵했던 성범죄 피해자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가해자를 처벌받게 하기 위해 신고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수에 의한 성희롱 등 성폭력 사건들이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고 묻힌 반면, 최근에는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이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된 매체 환경의 변화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힘을 갖지 못해 침묵했어야 했던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이 SNS나 언론 등에 대한 제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며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의 부당함을 알리고 비난 여론을 이끌어낸 학생들의 노력으로 실제 처벌받은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파급효과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적 문화에서 성장하고 문제제기 통로도 충분히 확보한 학생들과 여전히 수직적 도제 관계에 익숙해 있는 대학 교수들의 인식 차이가 빚어낼 불협화음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과거 학생들은 교수한테 잘못 보이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해 성희롱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침묵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전보다 신장된 인권의식으로 무장한 학생들은 더 이상 부당한 일을 참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학생 평가라는 무소불위 권한을 손에 쥔 채 여전히 ‘주인과 노예’라는 전근대적 인식의 틀에서 제자들을 바라보는 교수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갑을관계라고 통칭되는 수직적 위계 질서를 과거처럼 수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대학 문화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들어 대학별로 인권센터나 양성평등센터를 설립하면서 피해 학생들이 이전보다 쉽게 피해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한몫을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내 인권센터 등이 생겨남으로써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했던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며 “약자를 위한 제도의 발전과 강화된 인권 인식이 상호작용하면서 교수들의 성범죄를 공론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수들의 잇따른 성추문이 반길 일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투명성이 높아지는 징표”라고 지적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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