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석원
특파원

등록 : 2017.12.28 19:30
수정 : 2017.12.29 00:01

日 언론 “아베, 평창올림픽 때 한국 방문 어렵게 됐다”

아베 “합의 1㎜도 움직이지 않을 것"

등록 : 2017.12.28 19:30
수정 : 2017.12.29 00:01

지난 19일 도쿄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의 예방을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다”라며 사실상 재협상 수순을 시사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副)장관이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여러 형태로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국측에 경고성 발언을 했고, 외무성은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공식 우려를 전달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도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합의 유지 외에 정책적인 선택지는 없다”는 일본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은 국가간 합의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파기하는 비정상적 행태로 몰아가 국제 여론전에 본격 대비하는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평창올림픽 방한 여부를 ‘외교카드’로 극대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실제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의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됐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른바 ‘골대 이동론’의 결정판으로 한국을 치부하면서 구체적인 대일 제안이 나올 때까지 총공세로 방어막을 쌓는 국면이다.

문 대통령이 전격적인 후속조치를 지시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합의의 이행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즉각 내놓았다. 교도는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새로운 대응을 요구해도 일절 응하지 않을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외무성과 총리 관저는 긴박하고도 무거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 등은 일본 측이 2015년 12월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란 점을 중시하고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한국 정부가 합의의 수정을 요구하는 사태가 되면 국가와 국가와의 약속이 성립되지 않게 된다”는 정부 고위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태스크포스(TF)의 발표에 대해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력화’ 의도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일본 정부 내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준다는 반응이다. 중동을 방문 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도 오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정권이 한 것은 모른다’고 한다면, 앞으로 한일간엔 어떤 것도 합의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고노 장관은 또 “비공개를 전제로 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합의를 변경하려는 일이 있다면, 한일은 관리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지난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장관에게 직접 말했다”고 공개했다고 NHK가 전했다.

재협상 공식화 가능성과 관련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청와대 관계자가 (대일정책 결정에)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2월 평창올림픽 개막전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측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의 총체적 관리 측면에서 올림픽 무대를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아베 총리의 방한을 원하는 무례한 일은 없을 것”(일본 정부 관계자)이란 낙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고 요미우리는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재협상을 시도할 경우 ‘위안부 외교’에 매몰돼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딜레마에 기대를 거는 시각이 존재하는 셈이다.

일본 내 일각에선 한국측이 아베 총리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위로편지 전달을 제안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는 일본국회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털끝만큼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여론의 비난을 자초한바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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