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원 기자

등록 : 2017.11.23 16:01
수정 : 2017.11.23 21:16

“분쟁지 의료시설 계속 공격 땐 절대 침묵하지 않겠다”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방한

등록 : 2017.11.23 16:01
수정 : 2017.11.23 21:16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인터뷰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 후에도

시리아 병원 폭격 등 계속됐지만

보호 위한 실행안은 논의 중단돼

국제 사회 압박할 최후의 수단

목격한 것 모두 증언하겠다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를 찾아 분쟁지역의 의료 활동이 보호 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우리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것들에 대해 크고 강력하게 증언할 것입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 등장한 조앤 리우(52) 국경없는의사회(MSF) 국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표정은 결연했고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하고 강력했다. 분쟁지역의 의료 활동을 보호한다는 내용의 결의안(2286호)을 표결하는 자리로 이는 80여개국의 지지를 받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온갖 외교적 수사와 전략적 거래가 난무하는 이 국제무대에서 MSF의 목격은 얼마나 강력하길래 이들의 무기로 등장했을까.

MSF 한국 지부 설립 5주년을 맞아 21일 내한한 리우 회장은 이튿날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를 MSF의 최종적인 압박 수단으로 설명했다. 리비아, 남수단, 시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과 같이 긴급 의료지원이 필요한 분쟁지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보니 병원 폭격 사태뿐 아니라 여성, 아동 등 가장 취약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폭력도 모두 목격한다. 그는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일을 증언하는 것은 우리 DNA 안에 있는 일인 셈”이라며 “하지만 바로 고발에 뛰어들기보다는 모든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가 (제3자로서) 경험한 바를 증언해 국제사회를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우 회장의 연설 후 통과된 안보리 결의안은 말뿐인 합의가 어떤 참상을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결의 이후에도 시리아 알레포, 예멘 아브스 등의 MSF 병원은 폭격을 겪었다. 로힝야족 학살이 자행된 미얀마 라카인주 시트웨에서 수십년간 운영돼 온 진료소 4곳 중 3곳이 불에 탔다. 그 결과 2015, 2016년 사이 전세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시설을 덮친 공격 횟수가 150차례를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의료시설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결의안은 같은 해 9월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한 채 논의가 중단됐다. 리우 회장은 “구호를 외치는 것은 손쉽다”라며 “실제 분쟁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과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나이지리아 마이두구리를 방문한 조앤 리우(왼쪽)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이 아기를 진찰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의료 시설을 공격하는 이들이 최근 맹위를 떨치는 무장조직만은 아니다. 리우 회장은 “우리는 아주 잘 조직되고 공인된 4,5개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5년 10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의 MSF 병원을 공습한 일이다. 국가, 비국가 단체를 굳이 나눌 것 없이 ‘민간인과 의료 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우 회장이 최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게임(분쟁)의 룰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 말은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현장 활동가들은 담담하게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점증하는 공격 위협에 구호 활동에 대한 두려움 또한 커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리우 회장은 “막상 현장에 가면 우리가 따르는 안전 수칙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 외에는 (공격) 문제에 대해 크게 논하지 않는다”며 “가능한 한 빨리 취약 집단을 파악하고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리우 회장은 한국의 동료 의사들에게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캐나다 출신 소아과 의사로 1996년부터 20여년간 MSF 의료진으로 활동해온 그는 “의사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MSF처럼 최전선에서 일하는 것이 모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괜찮다”라며 “꼭 최전선에 가지 않아도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 온 난민을 치료하거나 괴로워하는 이웃과 얘기를 나누는 일도 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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