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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스코, 1600억 쓰며 검증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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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스코, 1600억 쓰며 검증 안했다

입력
2015.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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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의사결정 '관행' 건너 뛰어

정준양 '배임의 고의' 정황 유력

포스코가 2010년 초 성진지오텍 지분 인수를 결정할 당시 대규모 투자에 적용해오던 내부검토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1,600억원을 쏟아 부은 사업에 대해 그룹 차원의 투자 검토를 생략하고 성진지오텍 인수를 밀어붙인 것이어서, 전정도(56ㆍ구속기소) 전 성진지오텍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를 정준양(67) 전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에게 ‘배임의 고의’를 적용할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12일 사정당국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2010년 3월 17일 전씨와 미래에셋사모펀드 등에서 1,593억원에 성진지오텍 지분 40.38%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4월 23일 이사회에서 가결 처리했다. 이사회 하루 전인 22일에는 사외이사 3인, 사내이사 2인으로 구성된 ‘재정 및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전심의도 거쳤다. 위원회는 사규상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비철강 부문 사외 신규출자’의 사전심의 권한을 갖는데, 성진지오텍 인수가는 포스코 자본금(4,824억여원)의 10분의 1을 웃도는 액수다. 외견상 법적으로는 내부 규정을 준수하는 형태로 인수가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포스코가 종전까지 지켜온 내부 프로세스가 성진지오텍 인수 때 예외적으로 생략됐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심의회의나 본부장회의, 전략토론회 등을 열어 투자의 필요성과 전망, 위험성 등을 꼼꼼히 검증해 왔다. 하지만 성진지오텍 인수 때는 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이사회 내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경우, 재무적 부분을 주로 살펴본다”면서 “보다 중요한 투자 적절성에 대한 검토는 투자심의회의 등 그 이전 단계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결국 성진지오텍 인수는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당시 이 업무를 주도한 실무진과 정 전 회장 사이에서 ‘은밀하게’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포스코는 전정도 전 회장이 2010년 3월 11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424억원(주당 9,620원)에 사들인 지 불과 6일 후, 해당 주식을 719억원(주당 1만6,330원)에 매입해 그에게 295억원의 차익을 안겨줬다. 미래에셋 측에서 성진지오텍 주식 794만주를 주당 1만1,000원(873억원)에 사들인 것과 비교해도 특혜 정황은 뚜렷하다. 포스코가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생략한 채 최소한의 요건만 갖춰 인수한 것은 이런 특혜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도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포스코가 성진지오텍 인수를 결정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가 일반적으로 행해 왔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 자체가 범죄는 아니지만, 정 전 회장의 배임 혐의 입증에 있어 유력한 정황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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