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형 기자

등록 : 2017.06.19 01:00
수정 : 2017.06.19 01:00

고리 1호기 해체 돌입… “완료까지 15년 이상”

방사능 98% 제거 목표…고ㆍ중준위 폐기물 처분 난항 예상

등록 : 2017.06.19 01:00
수정 : 2017.06.19 01:00

‘정성스런 점검으로 영구정지까지 안전운전!’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주제어실의 한쪽 벽면에는 이런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5명이 근무 중인 주제어실 내부는 차분한 가운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직원들은 플래카드 맞은편 전광판과 책상 위 모니터들을 번갈아 확인하며 운전 상황을 점검했다. 1979년 한국수력원자력에 입사해 고리 1호기를 운영 초기부터 지켜본 박지태 고리발전소장은 “40년간 운영한 고리 1호기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며 “고리 1호기가 원전 해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18일 밤 12시 고리 1호기는 예정대로 임무를 마감하고, 해체 절차에 돌입했다. 원전 해체는 건물 철거뿐 아니라 쓰고 남은 연료(사용후핵연료)와 각종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고, 원전이 있던 부지를 안전하게 개방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뜻한다. 고리 1호기는 해체 완료까지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용 원전을 영구정지한 게 국내 처음인 만큼 해체 작업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원전 해체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고리 1호기 현장에서 만난 최영기 한수원 해체사업팀장, 김태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서기관,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에게 물어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18일 밤 12시 영구정지 이후 해체 절차에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우리 기술로 해체할 수 있나

“원자력연구원이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던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다. 작업이 거의 완료돼 2021년까지 부지 복원을 끝낸 뒤 개방할 예정이다. 경험을 쌓긴 했지만 상용 원전 규모는 연구용의 수백배다. 해체 기술이나 경험이 있는 미국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과 비교하면 우리 기술은 80% 수준에 그친다. 우리 기술로 할지, 외국 기술의 도움을 받을지는 정부가 선택하게 된다.”

-일반 건물 철거와 어떻게 다른가

“영구정지 후 5년 간 임시 저장수조에 넣어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고 원전 곳곳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제염)한 다음 철거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철거 땐 원격 조종되는 굴삭기와 용접설비 등이 동원된다. 방사성 물질이 많은 원자로는 오염을 완벽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절단해 방사성 폐기물 전용 드럼(200리터)에 넣어 처분해야 한다. 대형 구조물을 드럼에 들어갈만한 크기로 잘라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1997~2009년 진행된 서울 노원구 공릉동 연구용 원자로의 제염ㆍ해체 작업 때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콘크리트를 절단하고 있는 모습. 원자력연구원 제공

10여 년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를 제염ㆍ해체하기 위해 각종 설비를 설치한 모습. 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전 부지는 얼마나 복원할 수 있나

“일반인이 24시간 거주하고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그린 필드’까지 복원하는 것은 바로 옆에 고리 2호기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한적으로 개방돼 공장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브라운 필드’로 복원하는 게 목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했을 때 피폭되는 방사선량 한도가 연간 0.1밀리시버트(mSv) 이하이면 브라운 필드로 본다. 원전과 무관한 일상생활의 피폭선량 한도는 연간 1mSv다.”

-방사성 물질은 어떻게 제거하나

“원전 냉각 시스템에서 냉각재인 물을 빼내고 제염액을 넣어 가동시키면 된다. 드럼세탁기에 세탁조 세정제를 넣어 내부를 청소하는 것과 비슷하다. 방사성 물질이 먼지처럼 단순히 쌓였거나 분무 또는 증기 형태로 묻어 있다면 일반적인 화학약품으로 제염해도 된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녹이 슨 것처럼 산화돼 단단히 달라붙어 있으면 특수 산성물질로 여러 번 녹여내야 한다.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제거됐느냐를 ‘제염계수(DF)’로 나타내는데, 통상 DF50을 목표로 제염한다. DF50은 방사능이 98% 제거됐다는 의미다. 원전 구조물은 대부분 금속과 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는데, 오염이 심한 콘크리트는 제염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담긴 드럼이 지하 처분시설로 옮겨지기 전 검사를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의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지하(동굴) 처분시설 입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방사성 폐기물은 어디로 보내나

“방사성 폐기물은 오염 정도에 따라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로 분류된다.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건설되지 않으면 계속 임시 저장수조에 넣어둬야 한다. 나머지 중준위 이하는 경주 중ㆍ저준위 방폐장으로 보내면 되는데, 중준위 폐기물은 못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경주 방폐장이 수용할 수 있는 방사능 총량이 정해져 있어 중준위 폐기물을 많이 넣으면 저준위 이하 폐기술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에 대비해 임시 보관 방법을 강구 중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얼마나 나오나

“스웨덴과 일본 사례로 추산하면 고리 1호기에서 나올 중준위 이하 폐기물은 총 1만4,500드럼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4.2%가 중준위다. 한수원은 대략 이 수치에 따라 해체 기간과 비용 등을 산정했다. 일부 폐기물을 녹여 부피를 줄이거나 극저준위 폐기물을 제염해 일반 폐기물로 만들 수 있다면 중준위 폐기물 처분 공간도 확보하고 비용도 낮출 수 있겠지만, 현재 기술로는 쉽지 않다.”

부산=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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