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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기업 절반은 10년도 못 간다

입력
2016.0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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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500대 기업 상위 20개 중

50%만 10년 후에도 순위권 유지

경쟁 치열한 탓 교체 속도 빨라져

안주하던 GM, 씨티그룹 추락

발빠른 변화 中 화웨이 등 급부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에서 선도 기업들의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발빠른 사업재편으로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은 급부상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매출 기준으로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의 변화다. 21일 본보가 포천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의 상위 20개사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05년 상위 20개사 중에서 지난해까지 20위권을 유지한 기업은 10개에 불과했다.

2005년에 5위였던 GM은 지난해 21위로 떨어졌고 16위였던 글로벌 금융기업 씨티그룹은 86위로 추락했다. 대신 그 자리는 애플과 중국 공상은행이 메웠다. 10년 전 순위권에 아예 없었던 혁신의 아이콘 애플은 지난해 15위로 올라섰고 2005년 229위의 중국공상은행이 지난해 18위에 등극했다.

이를 6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더욱 극명하게 부각된다. 1955년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지난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전체의 12%인 61개사 뿐이다.

이는 곧 기업의 수명이 짧아졌다는 뜻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1935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으나 1975년 30년, 1995년 22년으로 점차 줄었고 지난해 기업 수명은 급기야 평균 15년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이를 예상해 지난해 6월시스코의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현재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 가운데 약 40%는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의 변화를 놓치고 경쟁자의 미래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며 “경쟁자들을 붕괴시키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 붕괴할 것”이라고 글로벌 기업들에 경고했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못하면 경쟁업체에 밀려 세계 시장에서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해 중국의 민간 기업 중 유일하게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1997년 창립 10주년 때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을 배우자”며 “미국 신발을 신기 위해 발을 잘라 낼 각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그 해 IBM 등의 경영 컨설팅을 통해 서방의 경영 고문들을 대거 받아들였고 ‘순환 최고경영자(CEO)’제도 등 조직의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 전화교환기 유통업으로 시작한 화웨이는 현재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3위의 스마트폰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반면 혁신업체들의 부상 등 시장의 흐름을 놓치고 변화를 꾀하지 못한 기업들은 업계 선두여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미국 비디오 대여시장을 장악했던 블록버스터는 2002년 기업가치가 무려 50억달러(5조 3,000억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었으나 인터넷으로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에 밀려 2010년 파산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에서 6,500만명 이상의 유료 이용자를 확보하며 이제는 직접 영화와 드라마까지 제작하며 전세계 콘텐츠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철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게임의 룰이 바뀌며 더 이상 남들을 좇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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