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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중지란에 빠진 국제사회의 對테러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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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중지란에 빠진 국제사회의 對테러 공조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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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에 대한 서방과 러시아의 반테러 공조가 터키군에 의한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으로 난기류에 휩싸였다. 터키와 러시아는 모두 IS 공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더욱이 터키는 서방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멤버여서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반테러 전선이 러시아와 서방 간의 군사대결 양상으로 변질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24일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상공에서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 이 과정에서 비상 탈출한 러시아 조종사 한 명이 시리아 반군이자 터키계 민족인 투르크멘족 민병대에게 살해되면서다. 러시아 조종사들을 구조하기 위해 급파된 러시아 헬기마저 투르크멘 반군이 쏜 대전차 미사일에 폭파돼 러시아 해병 한 명이 추가 사망했다.

당시 상황을 놓고 양측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터키는 러시아 전폭기가 수 차례의 영공침입 경고를 무시해 격추했다고 하는 반면 러시아는 터키 영공 침입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터키가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영공을 17초 간 침범했다”며 유엔에 보낸 서한도 논란이다. 침범시간이 너무 짧아 ‘미리 의도된 공격’ ‘과잉 대응’ 등의 비판이 적지 않다.

진위 여부를 떠나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사태가 터키에 대한 물리적 보복으로 비화했다면 반 테러 공조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나토의 대결 국면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었다. 나토의 러시아 공격으로 의미가 확장된다면 3차 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였다. 터키는 나토에서 미국 다음의 군사대국이다.

사실 러시아와 터키의 충돌은 우려됐던 바다. 표면적으로 IS를 응징한다는 명분은 같았으나 공습 참여의 속내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IS보다는 오히려 투르크멘족이 속한 반정부군에 대한 공격에 더 혈안이었고, 반대로 터키는 전통적인 안보위협인 시리아 시아파 정부를 축출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러시아 전폭기 격추도 러시아군이 투르크멘족 거주지역을 잇따라 공격하는 와중에 발생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가 터키와 접한 시리아 국경주변에 최신예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전진 배치로 해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리아 반군을 적대시하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불신이 커지는 것이 문제다. IS 뿐 아니라 러시아를 상대로 새로운 전선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IS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자중지란으로 번지는 현실이 안타깝고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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