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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이러다 '겨울잠'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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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이러다 '겨울잠' 잘라

입력
2015.1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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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공방에 법안소위 2주 연기… 연내 처리 일정 ‘빠듯’

은행법 등 쟁점 법안도 많아… 막판 ‘빅딜’ 가능성도

국회의 한 상임위 회의실 앞에 법안분류함이 가득 차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의 한 상임위 회의실 앞에 법안분류함이 가득 차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 관련 주요 법안들의 연내 처리 가능성에 줄줄이 ‘빨간 불’이 켜졌다. 남아 있는 심의 시간이 빠듯한데다, 여야간 이견이 뚜렷한 법안이 대부분이어서 최악의 경우 대다수 법안이 내년 총선 이후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미뤄진 법안심사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제한) 완화,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핀테크 활성화, 주택연금 가입연령 기준 완화 등 금융개혁과 관련된 10여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서민의 금융부담 완화,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기업구조조정 등 주요 금융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법을 심의ㆍ통과시킬 국회는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당초 이달 2~4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금융관련 법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었지만,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반발해 농성에 돌입하면서 관련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정무위의 다음 번 법안심사 소위는 17~19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예정대로 열릴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예정대로 소위가 열린다 해도 충실한 논의가 이뤄질 지 불투명하다. 당초 일정이 2주나 지연되면서 상임위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 필수 일정을 감안하면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다음달 중순 내 처리도 빠듯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측 정무위 간사인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주 법안 심사 소위에서 여야 간에 어느 정도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법안은 이번 회기 내 처리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의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정무위 법안 소위에 상정된 금융 관련 법안은 총 100여개. 여타 법안까지 합하면 총 500여개에 이른다. 금융개혁 관련 법안만 서둘러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쟁점법안 여야간 이견도 팽팽

금융개혁 관련법안의 상당수는 야당의 반대가 심한 쟁점 법안들이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각각 발의해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은행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현재 4%에서 50%로 늘리는 것이 골자인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비금융권 기업들은 대부분 은행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향후 지분을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이 개정돼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인터넷은행 2차 예비인가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전락 등을 이유로 은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측 정무위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은산분리 반대 입장은 바꿀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신설 문제도 이견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작년 말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을 토대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해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이에 맞서 ‘서민의 금융복지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서민금융진흥기금 신설과 채무자 이해를 대변하는 신용회복위원회 구성이 핵심으로, 진흥원이란 별도 기구 설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밖에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의 경우에도, 거래소 상장 차익에 대한 환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들며 야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급한 법부터… 여야간 빅딜 가능성도

금융당국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들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현실을 우려한다.

때문에 올해를 넘길 경우 부작용이 심한 법안부터 우선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말로 기한이 만료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경우, 일몰 연장이 되지 않으면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의 의결 기준이 현재 ‘75% 이상’에서 ‘만장일치’로 바뀌는 등 기업 구조조정에 상당한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를 34.9%에서 29.9%로 낮추는 법안도 연내 처리가 다급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29.9%로 낮아진다고 알려진 상황이라 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최고 이자를 둘러싼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여당과 금융당국이 우선 필요한 법안부터 처리하고, 야당은 은산분리 방어 등의 명분을 얻는 선에서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무위의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정은 촉박하지만 19대의 마지막 정기국회란 점에서 최대한 많은 합의를 이루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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