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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환기의 한국·아세안 관계

입력
2014.11.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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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던 1979년 3월이었던가? 잔설로 너저분한 도로가의 레코드 가게에서 생소한 멜로디를 타고 흘러나오는 이상한 가사의 노래가 기억난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필리핀 7080의 대표가수 프레디 아귈라의 ‘아낙’이었다. 당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아낙’은 여전히 노래방의 곡목에 들어가 있다. 미얀마의 옛 국명이었던 ‘버마’ 축구 국가대표팀은 그 당시 박스컵의 우승을 여러 번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다.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배, 태국의 킹스컵 등 우리가 당시 엄청나게 열광했던 국제축구대회의 발신지가 동남아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류’가 동남아를 강타하고 있고,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실력은 이제 동남아 국가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할 수준이 됐다. 단적으로 경제지표만을 살펴보아도 한국이 뒤질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대역전극을 펼친 게 아닌가? 이렇게 돌이켜보니 한국의 위상은 정말 괄목할 만한 상승을 이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동남아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인식은 우월적 양상이다.

오는 12월 11~12일 양일간 부산에서 한국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5년 만에 두번째로 개최된다.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에 속한 한국이 아세안 정상들을 ‘신뢰구축, 행복구현’이라는 주제로 맞이한다. 그동안 아세안에 속한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대외 교역과 투자 정도가 2위에 랭크되어 있고 자원확보, 안보차원 및 인적교류의 측면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실상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동남아를 마냥 하향적 시각으로 내려다볼 수 없다. 그래서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과거 ‘포괄적 협력 동반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 보다 높은 차원으로 진입하기 위한 의미를 갖고 있다.

2015년 아세안은 정치ㆍ안보, 경제ㆍ사회, 문화의 세 축을 중심으로 한 보다 결속력을 갖춘 아세안커뮤니티로 변모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개별국가 중심의 접근방법에 치중했던 한국의 대응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이 편재하는 아세안의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동남아를 총체적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ㆍ경제 분야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접근방법의 한계를 드러낸다. 문화ㆍ예술 분야에서 양자 간의 이해를 도모한다는 발상은 다른 대화상대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특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정성이 담겨있는 문화교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아세안의 대화상대국 중에서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위상은 ‘아세안+3’이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특별하다. 아세안은 한국을 중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맞수인 중국과 일본은 체급으로 치자면 헤비급에 해당되니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다. 우리가 날쌔게 ‘잽’을 수 차례 날린다면 그들은 ‘훅’ 한 방으로 끝낼 수 있다. 그러니 우리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 상대를 공략하는 특별한 작전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의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형식적인 과대포장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우리의 진솔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세안의 변화가 구체화되는 2015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미래 성장에 큰 동력을 제공할 동남아를 상정할 때, 이번 한국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결과가 미칠 영향력은 지대하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이 편재하는 이 시점에서 값진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한다.

박장식 부산외국어대 동남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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