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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일의 글쟁이 페달] 자전거 자전거 신나는 여행~ 나도 한번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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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일의 글쟁이 페달] 자전거 자전거 신나는 여행~ 나도 한번 달려본다

입력
2017.05.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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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떠나라!

본격적인 자전거 시즌은, 곧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의 시즌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로망을 품고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행색도 각양각색이다. 제대로 굴러가긴 할까 싶은 자전거에 ‘츄리닝’ 입고 떠나는 기분파가 있나하면, 아메리카 대륙횡단도 가능할 만큼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출발하는 본격파도 있다. 요즘 대세는 ‘국종(국토종주)’이지만 일본이나 대만 같은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제주도야 늘 인기 코스였고. 인터넷에 넘쳐나는 자전거 여행 정보지만 뭐 어떤가. 나하나 더 보탠다고 지구가 멸망하진 않을 게다. 자전거 자전거 신나는 여행~ 나도 한번 불러본다~

2006년 무렵 유명한 자전거 여행 커뮤니티에 가입한 후로, 몇 차례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자전거에 대해 정말 무지했던 시절이다. 몰랐기에 더 힘들었고, 그래서 더 즐겁기도 했다. 구례인지 고창인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어느 시골길에서, 영혼이 슬금슬금 육체를 이탈하려 하던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대체 이딴 짓을 사람들이 왜 하지?’ 자전거를 논두렁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 속에서 나는 자전거 여행의 의미를 자문하고 있었다. 자동차 여행, 오토캠핑 같은 게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하루 종일 햇볕과 바람에 맞서 페달을 굴리고 나면 맛집이고 뭐고 드러눕기 바쁘다. 숙소로 잡은 여관방에는 땀에 절여진 옷들이 폐업한 세계 맥주집 만국기처럼 걸려있다. 동료들과 함께 맥주에 라면 따위를 먹고 오이팩을 한 채 까무룩 잠이 든다. 그리고 새벽같이 일어나 전날과 거의 똑같은 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여기에 무슨 로망 같은 게 있단 말인가!

놀라운 사실은 내가 저 짓을 한번만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수만,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저 짓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왜? 다들 짐작하겠지만 여기엔 허탈하도록 단순한 답이 기다린다. 즐겁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그 힘듦 자체가 즐거움의 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라는 탈것은 독특한 정보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도보로는 경험할 수 없는 빠른 속도지만 자동차처럼 압도적으로 빠르진 않아서 자기 주변의 정보가 풍부하게 입력되는 상태.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인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풍경과 조우하기도 한다. 나의 모든 감각들이 주변의 풍경과 완전히 ‘싱크로나이즈’되는 경험. 두 번 다시 재생되지 않을 보석 같은 순간.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설명하면 별 것 아닌 느낌이고 그저 주관적 환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은 한 생명체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요컨대 자전거 여행자가 이토록 많은 것은 우연한 기쁨과 성취감 때문이다. 그저 찌든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단순한 동기뿐이라도 자전거 여행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속도를 경쟁하는 자전거 레이스와 달리 자전거 여행은 장비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몇 가지 기본적인 팁 또는 주의사항은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자전거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마크 버몬트 씨.
자전거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마크 버몬트 씨.

첫째, 안전. 자전거 여행은 대개 국도나 지방도를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로도 적지 않다. 헬멧과 선글라스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는 당연히 갖춰야 하고, 낮 시간에도 자동차가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광량을 가진 후미등과 반사조끼 및 반사발목밴드 등도 필수다.

둘째, 경량(무게). 비상시를 대비해 온갖 잡다한 물건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가려는 이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출발하자마자 깊은 후회와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짐은 아무리 무거워도 15kg을 넘어선 안된다. 가급적이면 10kg 이하를 추천한다. 가벼울수록 좋다. 그리고 등에 매는 배낭류는 금물이다. 중도포기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모든 짐은 자전거에 다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핸들바 가방, 안장 가방, 프론트 패니어 등을 장착해서 가능한 짐을 고루 분산시키는 게 요령이다.

셋째, 보온.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고도, 다양산 시간대에서 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다. 햇볕이 쨍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질 수도 있고, 해발고도가 다소 높은 고갯길에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기도 한다. 긴 내리막에서는 저체온증이 나타나거나 배에 찬바람을 갑자기 쐬어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점퍼류나 다운류는 아무래도 무게나 부피가 크기 때문에 보온재가 들어간 기능성 조끼(베스트, 질렛) 등을 추천한다.

사실 자전거 여행에서 어지간한 위기 상황은 전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로 해결가능하다. 짐싸기에 강박적으로 열정과 금전을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 국내 자전거 여행의 물리적 인프라는 10년 전에 비해 상전벽해 수준으로 좋아졌고 점점 더 좋아지는 중이다. 동한다면 일단 떠나라! 혹시 아는가. 그 여행에서 영혼을 흔드는 ‘인생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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