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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자존심 건 '순서'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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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자존심 건 '순서' 쟁탈전

입력
2015.06.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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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엔딩 이름 순서에 민감

보통 나이·데뷔 순 따르지만

톱스타 다수 등장 땐 신경전 치열

영화 암살은 촬영 분량이 기준

톱스타 여럿이 출연하는 영화는 크레딧 순서를 놓고 배우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영화 '암살'은 촬영 분량을 기준으로, '여배우들'(가운데 사진)은 나이로 순서를 정했다. 쇼박스 제공
톱스타 여럿이 출연하는 영화는 크레딧 순서를 놓고 배우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영화 '암살'은 촬영 분량을 기준으로, '여배우들'(가운데 사진)은 나이로 순서를 정했다. 쇼박스 제공
뭉클픽쳐스 제공
뭉클픽쳐스 제공
맨 마지막 순서지만 '그리고 유준상' 이라고 이름을 강조한 영화 '표적'도 있었다. CJ E&M 제공
맨 마지막 순서지만 '그리고 유준상' 이라고 이름을 강조한 영화 '표적'도 있었다. CJ E&M 제공

올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영화 ‘암살’(7월 22일 개봉)의 포스터에는 출연배우 중 전지현(34)의 이름이 가장 앞에 적혀있다. 그 다음이 이정재(42) 하정우(37) 순이다. 쟁쟁한 톱스타들이 여럿 출연하는 영화나 방송에서 주연 배우들의 이름 순서는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만큼 이 순서에 소속사들이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 세 명이 버티고 있는 ‘암살’의 출연진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제작사는 촬영분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암살’을 홍보하는 흥미진진의 김서린 대리는 “약 100회의 영화촬영회차 중 가장 촬영이 많은 순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정우 소속사인 판타지오 관계자는 “배우들끼리 서로 친해 큰 이견이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암살’은 순조로운 편이다. 2013년 개봉한 한 영화는 ‘이름 순서 전쟁’을 치렀다. 애초 A 배우 중심으로 기획되고 촬영했는데 다른 주연 B 배우 측이 딴지를 걸었다. 개봉 직전 급부상한 B 배우 측은 “A 앞에 이름을 넣어주지 않으면 영화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폭탄’을 맞은 제작사와 배급사는 ‘반반 전략’으로 겨우 양쪽을 설득했다. 영화 오프닝에는 B 먼저, 엔딩크레딧에는 A 이름을 먼저 띄운 것. 포스터에는 출연자 단체 사진을 내걸고 사진 위치대로 이름을 적었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
KBS 드라마 '프로듀사'.

인지도 있는 배우가 세 명 이상 출연하면 ‘반반 전략’도 소용 없다. 이 때 제작사가 쓰는 방법은 ‘그리고(And) 전략’. 주연 중 두 명은 크레딧 앞에, 나머지 한 명은 맨 뒤로 빼는 대신 이름 앞에 ‘그리고’를 넣으면 오히려 여운을 줘 마지막 이름이 부각되는 효과를 노린다. 2014년 영화 ‘표적’이 그랬다. 공식포스터에는 류승룡 이진욱 김성령 조여정 조은지 ‘그리고 유준상’이라고 표기돼 있다. 유준상은 비중 있는 악역이었다. 대신 엔딩 크레딧에는 유준상의 이름을 류승룡 뒤에 두 번째로 올렸다. 데뷔 20년이 넘은 배우의 매니저는 “2010년에 영화 개봉을 앞두고 4명의 배우들이 크레딧 순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자 제작사 대표가 한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그리고 ○○○’으로 빼주겠다고 양해를 구했었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에서 그래도 잘 받아들여지는 해결법은 ‘나이 순’ 혹은 ‘데뷔 순’이다. ‘드라마판 어벤져스’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KBS2 ‘프로듀사’는 김수현 측이 데뷔 순 기준을 받아들여 크레딧이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순으로 나갔다. 한 영화홍보사 관계자는 “특히 윤여정 배우가 출연할 때 나이 순으로 정리하기가 쉽다”고 귀띔했다. 노배우지만 인지도가 높아 제작사는 그의 이름을 앞세우는 게 이슈 몰이에 좋고, 까다로운 여배우들도 군말 없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여배우들’(2009)이 대표적인 예다. 윤여정과 함께 김희애 이미연 등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tvN ‘꽃보다 누나’(2014)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작품 속 이름 순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면, 가수들은 무대 순서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이름이 먼저 나와야 스타성을 인정 받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가요계는 엔딩 무대를 차지하려 한다. 문희준은 “H.O.T에서 나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거짓말’로 인기를 누리던 g.o.d와 엔딩 무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며 “그때 담당 PD와 두 시간 동안 통화해 내가 엔딩에 섰는데, g.o.d가 마음이 상해 그 방송에 1년 동안 출연을 안 했다”고 말했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한 PD는 “보통 녹화 혹은 생방송 당일 순서를 알려주는데 전날 소속사 측이 ‘우리 엔딩이죠?’라며 확인을 할 때가 있다. 이 때 얼버무리면 여러 경로로 엔딩 무대 사수를 위한 작업이 들어오고 실제로 큐시트가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음악프로그램은 인지도 있는 가수들의 컴백 무대를 엔딩으로 빼는데, 데뷔연도를 고집하는 회사들이 있어 갈등이 없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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