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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책임까지 회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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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책임까지 회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16.12.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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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65년작 '루디 삼촌'. 민음사 제공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65년작 '루디 삼촌'. 민음사 제공

롤리타는 없다 1ㆍ2

이진숙 지음

민음사 발행ㆍ272, 292쪽ㆍ1만6,000원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1965년 그린 ‘루디 삼촌’. 삼촌의 본명은 루돌프 쇤펠더. 루디라는 애칭에 어울리는 온화한 미소를 품고 있는 삼촌이지만 복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나치였다. 대상을 완벽히 재현했을 흑백사진을 버젓이 손에 쥐고도, 정작 흐릿하게 그릴 수 밖에 없다는 건 ‘내가 과연 루디 삼촌을 제대로 알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고통스러운 자문자답일 게다.

영화 '더 리더'에서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주인공 '한나'를 연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더 리더'에서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주인공 '한나'를 연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술평론가 이진숙은 여기서 영화 ‘더 리더’를 끌어온다. 까막눈임을 절대 비밀로 삼았던 한나가 주인공이다. 그는 강제수용소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2차대전 뒤 나치 전범이 되어 중형을 선고 받는다. 글을 몰랐으니 서류 작성에 대해 모른다고 변명하지 않았다. 대신 감옥에서 글을 배워 강제수용소에 대한 글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형을 꽉 다 채우고 만기가 되던 날 자살로써 “자신의 시대를 인간적으로 단절시켰다.” “최순실을 몰랐다” 혹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는 고압적 표정을 지어대는, 말 잘 하고 글 잘 하는 이들이 많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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