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표향 기자

등록 : 2018.02.12 04:40

인어로 부활한 사람들... “한국관객에게도 위로되길"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연출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등록 : 2018.02.12 04:40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속) 카이를 닮았냐고 묻지만 사실은 루를 닮았다”고 웃음 지으며 “루처럼 강한 의지를 갖고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이름들 중에 유아사 마사아키(53) 감독이 있다.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졌지만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를 거론할 때마다 늘 첫 손에 꼽히는 감독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그의 작품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핑퐁 더 애니메이션’을 묶어 특별전이 열렸다. 극장에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지난해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음달엔 캐나다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부문 대상 수상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개봉하고, 그가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도 얼마 전 공개돼 전 세계 시청자에게 강렬하게 각인됐다. 어느 때보다 유아사 감독의 이름이 자주 들려오는 요즈음이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개봉을 맞아 이달 초 서울 강남구 한 영화사 사무실에서 마주한 유아사 감독은 “한국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고 내한 소감을 전했다. 그의 엄살과 달리 2, 3일 이틀간 4차례 열린 관객과의 대화(GV)는 만석이었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간결한 선과 영롱한 색상, 자유분방한 움직임으로 외톨이 소년과 인어 소녀의 따뜻한 만남을 표현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는 인어 전설이 구전되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중학생 소년 카이와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인어 소녀 루의 우정을 그린다. 카이와 친구가 된 루는 마을 축제에서 흥겹게 춤을 추다가 정체를 들키고, 욕심 많은 어른들은 루를 돈벌이에 이용하려 한다. 루가 놀이공원에 갇혀 위기에 처하면서 마을에는 재앙이 닥친다.

음악을 들으면 두 다리가 생기는 루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득한 인어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관객들이 자지러진다. 유아사 감독은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찾다가 인어를 떠올렸다. “루는 너무나 귀엽고 해맑지만, 타인을 변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과 자신이 원하는 걸 관철시키는 강한 의지를 동시에 갖고 있죠. 그런 루를 만나 외톨이 소년 카이도 변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은 인어에게 물려서 인어로 다시 태어나고, 보호소에 갇혀 있던 유기견들은 루에게 물려서 ‘멍멍어(魚)’가 된다. 인어와 멍멍어는 마을을 덮친 재앙에서 사람들을 구하는데,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지진과 화재 등 여러 참사를 경험한 한국 관객들에게 뭉클한 위로로 다가온다. 일본에서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며 눈물 짓는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특별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동시대의 상처가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상처를 최대한 성의 있게 담아내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보기에도 힘들거나 괴롭지 않도록, 따뜻한 엔딩을 맺으려 했습니다. 한국 관객에게도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네요.”

사랑스러운 인어 루와 깜찍한 멍멍어. 멍멍어는 제작진 사이에서 최고 인기 캐릭터였다. 미디어캐슬 제공

유아사 감독의 그림은 밝은 메시지를 반영하듯 무척 경쾌하고 자유분방하다. 마치 선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이 리듬감이 넘친다. 화사한 색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은 유아사 감독만의 특징이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에선 발랄한 음악과 맞물리면서 마치 뮤지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아사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을 대사가 아닌 움직임과 색으로 표현”한다. 2004년 ‘마인드 게임’으로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대상을 받으며 감독 데뷔하던 때부터 견지해 온 연출관이다. 1980년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을 시작해 ‘짱구는 못 말려’ 등 여러 작품에서 작화를 맡은 베테랑 애니메이터로서 오랜 시간 쌓아온 실력과 경험이 독창적인 표현방식과 예술관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일본에선 ‘작가주의 감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영화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유아사 감독의 영화엔 여전히 손맛이 살아 있다. “2D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생략과 변형이 자유롭다는 겁니다. 어린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을 크게 그려요. 아빠보다 정원의 꽃을 크게 그린다든지 하듯이요. 감정이 그대로 담기는 거죠. 그런데 그 그림이 움직인다니 얼마나 흥미로운가요.” 유아사 감독은 2D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젊은 세대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재미있어하는 작품은 존재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은 존재합니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고, 그 중간 결과물이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예요. 차기작에서도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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