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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던 예수그리스도교회 '약속의 땅' 유타에 첫발

입력
2015.07.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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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교의 정식 명칭은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줄여서 예수그리스도교회)’다. 1830년 미국 뉴욕의 청년 조셉 스미스2세가 계시로 창시했다는 교파다. 교세가 성장하면서 기존 교단의 욱대김이 심해졌고, 급기야 1844년 교조가 피살 당한다. 훗날 2대 회장이 되는 브리검 영(1801~77ㆍ사진)은 핍박 받는 신도들을 이끌고, 기원전 모세가 그랬듯 ‘약속의 땅’을 찾아 길을 떠난다. 대륙 횡단철도도 없던 시절, 말과 마차로 대평원과 로키산맥을 넘는 2,100km의 대장정. 이어진 행렬에 가담한 신도가 약 7만 명, 도중에 숨진 이가 6,0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선발대가 지금의 유타주 솔트레이크 계곡에 도착한 날이 1847년 오늘(7월 24일)이었다. 예수그리스도교의‘개척자의 날’이다.

그들은 유타를 중심으로 로키와 시에라네바다 사이 남서부 인근 주에 350여 개 정착지를 건설했다. 인공호수를 파고, 교회와 학교를 짓고, 금융과 우편 시스템을 갖추었다. 영은 ‘위대한 개척자’ ‘현대판 모세(Modern Moses)’로 불린다.

예수그리스도교는 1896년 일부다처 관습을 폐기했고, 이후 중혼을 파문의 죄로 묻는다. 인종차별적 교칙을 폐기한 건 1978년이었다. 교회의 최상위 집단 지도그룹인 ‘12사도회’는 “우리는 인종과 피부색을 근거로 우열을 나누는 혐오스러운 이론에 의거해 천부의 권리를 제한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유타 주는 미국 주 중 3번째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예수그리스도교회에는 유급 성직자가 없다. 주교나 담임목사급 성직자도 따로 직업을 갖고 노동하며, 봉사로 목회한다. 신도 역시 전도와 봉사 의무를 진다. 월 1회 금식하고 두 끼 분 식비를 교회가 아닌 사회복지기금에 기부해야 한다. 청년기 일정 기간 전도 의무도 져야 한다. 그 경비도 각자 부담이다.

세속주의 관점에서 예수그리스도교회의 교리는 아주 보수적이고 억압적이기까지 하다. 유타주가 미국의 최장수 주이고 범죄율이 가장 낮은 주 가운데 하나인 것은 술과 담배, 차, 커피, 낙태, 도박 등을 계율로 금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묻는 이에게 설명할 뿐, 제 믿음을 강권하지 않는다. 그들은 핍박의 역사를 보복의 밑천으로 삼는 대신, ‘자유 선택의 의지’라는 교리로 승화했다.

국제적 초교파 신학교인 미국 풀러신학대의 리처드 마우 총장은 2004년 11월 솔트레이크의 후기성도교회 강단에 서서 기존 교단이 오랜 세월 예수그리스도교회에 행한 거짓과 불공정, 신앙과 관습의 매도를 반성하며 이렇게 사과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먼저 묻지 않고 당신들이 무엇을 믿는지를 당신들에게 말해왔다.” 하지만 그가 반성한 ‘거짓과 매도’는 현실에, 인터넷에, 지금도 흥건하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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