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살 공간이 없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동물들의 낮밤까지 뒤바뀌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UC버클리대 저스틴 브래셰어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 15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개발로 인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줄어든 세계 76곳을 조사했는데요, 인간 거주지에 가까이 사는 동물일수록 더욱 야행성 동물로 변해갔다고 합니다.
논문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케이틀린 게이너 박사는 “낮과 밤의 활동량이 엇비슷하던 포유류가 야간 활동을 68%까지 늘린 사례도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게이너 박사는 이는 인간의 도시 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생존을 위해 인간이 주로 활동하지 않는 밤으로 활동 시간대를 옮겼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새로운 야행성 동물’들이 바뀐 생활패턴에 완전히 적응했는지는 미지수라고 해요. 야행성 동물들은 어두운 밤에도 생활할 수 있도록 야간 시력이 뛰어나지만, 이제 막 야행성이 된 동물들은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야행성 동물이 늘면서 먹이나 서식지를 놓고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사라지는 종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에 함께 참여한 호주 디킨대 유안 리치 교수는 “지금 밝혀진 사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선 인간이 동물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동물이 사람을 피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인간 존재 자체가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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