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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쉬움 남는 대법원의 국정원 선거개입 법리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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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쉬움 남는 대법원의 국정원 선거개입 법리 해석

입력
2015.07.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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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인 서울고법이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전체적으로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 심리를 할 수 없다”면서 “적법한 증거에 따라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범위를 다시 확정해야 한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결국 서울고법이 선거법 위반 공소 사실에 대한 재심리를 통해 유무죄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게 됐다.

대법원 재판의 핵심 쟁점은 269개의 트위터 계정이 담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 인정여부였다.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경우 이들 트위터 계정에서 나온 글은 11만 건에서 41만 건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여기 담긴 글이 2012년 대선에 임박한 선거 관련 글이 많다는 점이다. 선거 개입의 목적성, 계획성을 판가름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1, 2심 판단이 엇갈린 가장 큰 부분이기도 했다. 1심은 이 첨부파일을 쓴 당사자가 법정에서 작성 사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 사실을 부인하지만 직접 기재한 정황이 뚜렷한 점을 들어 증거능력이 있다고 봤는데, 대법원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쉬운 것은 대법원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근거가 상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문제의 첨부파일은 당사자가 필요한 내용을 계속 추가, 보충하고 활동내역과 실적을 반복적으로 기재해온 일종의 ‘업무일지’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일 내용 상당수가 단편적 형태의 언론기사를 나열한 것이어서 공무원 작성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이 인터넷과 트위터에 올린 글 대부분이 정치와 선거관련이고,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기초로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게다가 첨부파일에 담긴 트위터 계정에서 작성한 글이 대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선거 관련성을 충분히 인정할만한 정황이다.

첨부파일 증거능력과는 별개로 대법원이 원 전 원장이 청구한 보석신청을 기각한 것은 국정원 정치개입의 부당성만큼은 확실히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민주주의를 바로잡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서울고법은 오직 법의 정의를 지킨다는 소신으로 재판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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