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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뇌물죄 적용 안해… “돈 바친 대기업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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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뇌물죄 적용 안해… “돈 바친 대기업에 면죄부”

입력
2016.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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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으로 출연… 부정청탁 없어”

“정경유착 외면… 처벌 완화” 비판

검찰, 진술 확보 위해 거래說도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들에 수백억원대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로 20일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60ㆍ구속)씨와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가 이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만 적용하면서, 출연금을 낸 기업들은 뇌물 공여자가 아닌 강요에 못 이겨 돈을 낸 피해자가 됐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하고, 이를 전후해 기업들이 재단에 기금을 내고 총수 사면이나 합병 등 현안을 해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점쳐졌었다. 그러나 검찰은 법리 검토 결과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출연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직무관련성과 부정한 청탁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직무관련성에 대해서는 판례가 폭 넓게 인정하는 반면 부정한 청탁은 특정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부탁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 한다는 취지였을 뿐 구체적인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보기 어렵고 출연금도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관여한 재단에 보내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접수된 공소장에는 이들 기업이 안 전 수석의 요구에 불응하면 각종 인ㆍ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ㆍ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기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은 뇌물이라기보다 강압에 의해서 출연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이미 재단 출연금을 내고 추가로 70억원을 또 냈다가 돌려받은 데 대해서도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만큼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공소장에 포함된 혐의 외에 기업들이 별도로 돈을 낸 부분에 대해 검찰은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염두에 두고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경유착을 외면했다는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은 사안의 핵심인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직권남용으로 기소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 사이의 금전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을 외면하여 대기업들을 희생자로 만들어줬다”며 “또 최순실, 안종범, 대통령의 처벌 범위가 턱없이 가벼워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기업들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최씨 등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지지만 기업들도 뇌물 공여자로 함께 처벌되는 만큼, 검찰이 기업들을 피해자로 선을 긋고 대신 출연금 모금에 강요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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