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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절벽'… 어림짐작조차 못할 10대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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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절벽'… 어림짐작조차 못할 10대들 말

입력
2015.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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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건·기무띠·애잔보스…

SNS 정체불명의 단어들 도배

무의식적 비하·차별 문화 우려

온라인서 쓰던 표현이 일상대화로

'문언일치'로 언어문화 변동 추세

“하건간다유” “애잔보스” “좀따” “기무띠” “극혐데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의 카카오톡 문자 대화(그림 참조)에 나오는 말들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쓰는 말들은 비속어와 외국어를 제멋대로 합성해 구세대로서는 외계어에 가깝다.

‘하건’(학원) ‘웨’(왜)처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단어나 ‘좀따’(좀 이따)같은 줄임말은 그나마 어림짐작이 가능한 수준. ‘애잔보스’(애잔하기가 보스(boss)급. 매우 안됐다는 뜻) ‘자살각’(‘각’은 ‘~할 폼’이라는 뜻으로 차라리 자살하고 싶을 만큼 싫다는 의미) 등 정체불명의 합성어는 의미도 그렇지만 조어적 발상이 놀랍다. 청소년들이 자주 쓴다는 ‘기무띠’(きもちㆍ기분 좋다)는 일본 성인 동영상에 주로 나오는 말이라 애교로 봐주기도 어렵다. ‘극혐데쓰’(극도로 혐오스럽다는 뜻) ‘인정데쓰’(인정한다)처럼 우리말에 일본어 종결어미(です )를 붙인 경우도 흔하다. 이 청소년들은 “단어를 다 치기 귀찮아서”“재미있어서”“친구끼리 쓰다 보니 습관이 돼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

‘존빡’(화난다, 미치겠다) ‘개빻음’(빻아놓은 것처럼 못생겼다)처럼 어간에 욕설, 비하의 접두어를 붙여 강조적 의미를 담는 것도 정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민병곤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예민한 언어감각으로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큰 문제라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문제나 비하, 차별의 무의식적 내면화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대간 소통 단절도 문제다. 최근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세대와 대화나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소통이 안 된다’는 응답도 32.2%나 됐다.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 보이는 언어파괴 현상은 채팅과 메시지 등 문자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무분별한 줄임말과 합성어, 은어, 맞춤법 무시 등이 예사다. 온라인에서나 쓰던 표현들이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언문일치(言文一致)’에서 거꾸로 ‘문언일치(文言一致)’를 보이는 언어문화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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