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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 성폭력 화보, 유해물 아니다" 황당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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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 성폭력 화보, 유해물 아니다" 황당 결론

입력
2015.09.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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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맥심코리아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4일 오전 맥심코리아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여성 납치·살해를 암시하는 연출로 9월호 표지와 기사를 장식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남성 잡지 맥심코리아에 대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청소년위해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맥심코리아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잡지를 회수,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중순 발간된 맥심 9월호는 ‘THE REAL BAD GUY’(진짜 나쁜 남자)라는 문구와 함께 악역 전문 배우 김병옥이 청테이프로 묶인 여성의 두 다리가 트렁크 바깥으로 나와 있는 자동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을 표지에 실었다. 특히 관련 기사에서는 시신을 담은 듯 검정 쓰레기봉투를 끌고 저수지로 가는 모습, 트렁크 안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씨의 위협적인 모습 등이 추가로 담겼다.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

사진들이 공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범죄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와 여성가족부 등을 대상으로 잡지 배포를 중단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운동까지 번졌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심사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달 28일 맥심코리아 9월호의 청소년위해간행물 결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위해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성 10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뚜렷한 이견을 낸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네티즌은 “간행물윤리위원들의 시대착오적인 결정에 기가 찬다” “버젓이 성범죄를 미화한 것도 모자라 상업화한 잡지에 위해물이 아니라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 등 강하게 비난했다.

맥심코리아는 논란이 커지자 4일 오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영비 편집장 명의로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편집장은 사과문을 통해 “최근 발행된 9월호 뒷면과 해당 기사란에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싣는 실수를 범했습니다”며 “결코 범죄행위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전적으로 저희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고 썼다. 이어 그는 “현재 전국에서 판매 중인 9월호를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도록 자발적으로 조치하고 이미 판매된 9월호로 인해 발생한 판매수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익금 모두를 성폭력 예방 또는 여성인권단체에 기탁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맥심코리아 9월호 화보는 해외 언론에도 언급돼 국제적 망신을 샀다. 영국 코스모폴리탄은 “성범죄를 미화한 역대 최악의 표지”라고 지적했으며,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국내 청원운동을 언급하며 “강력 성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것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맥심 본사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맥심코리아가 발행한 화보와 기사는 심히 우려스럽다.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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