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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얼굴 감춘 바타클랑 극장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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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얼굴 감춘 바타클랑 극장의 ‘영웅’

입력
2015.11.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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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하고도 이름과 나이도 제대로 안밝혀

임신부 구조 후 인질된 사연전해

자신을 '세바스티앙'이라고만 밝힌 한 시민(원 안)이 13일 오후 프랑스 파리 시내 바타클랑 극장 밖 인근에서 테러범들의 총기난사를 피해 건물 3층 난간에 매달린 여성을 손을 뻗어 구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자사 기자가 찍은 이 영상에 나오는 시민을 ‘영웅’으로 칭하며 공개적으로 찾았다. 르몽드 캡쳐
자신을 '세바스티앙'이라고만 밝힌 한 시민(원 안)이 13일 오후 프랑스 파리 시내 바타클랑 극장 밖 인근에서 테러범들의 총기난사를 피해 건물 3층 난간에 매달린 여성을 손을 뻗어 구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자사 기자가 찍은 이 영상에 나오는 시민을 ‘영웅’으로 칭하며 공개적으로 찾았다. 르몽드 캡쳐

지난 13일 오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 당시 건물 3층에 매달린 임신부를 구하고 사라진 ‘영웅’(본보 11월16일자 2면)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름과 나이도 밝히지 않은 채 ‘세바스티앙’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바타클랑의 영웅’은 16일 프랑스 일간 라 프로방스와 인터뷰를 통해 89명이 사망한 테러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부를 구한 뒤 인질이 됐다가 극적으로 풀려난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앞서 르몽드는 15일 자사 기자가 촬영한 2분18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고 “파리 테러 상황에서 생명을 구한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을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란다”며 ‘영웅’의 행방을 공개적으로 찾아 나섰다.

세바스티앙이 전하는 당시 상황에 따르면 그는 극장 1층에서 미국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의 공연을 보던 중 테러범들과 맞닥뜨렸다. 옆 남성이 머리에 총에 맞는 모습을 본 그는 힘을 다해 시신들 사이로 기어 무대 뒤 비상구를 찾았다.

하지만 비상구를 찾지 못해 다시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고, 테러범들을 피하기 위해 창문 밖 난간 옆 통풍구에 몸을 기댔다. 테러범들이 건물 안에서 창 밖을 보면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렵사리 지상 15m 높이에서 통풍구에 기댄 순간 그는 왼쪽 옆 창문 난간에 매달려 있는 임신부를 발견했다.

“점점 힘이 빠져가던 그녀가 극장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에게 ‘뛰어내릴 테니 좀 받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래도 혼란스러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기운이 다 빠진 그녀는 결국 저에게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리며 끌어올려달라 애원했습니다.”

잠시 후 세바스티앙은 자리를 옮겨 여성이 매달린 창문 안쪽으로 이동해 임신부의 팔을 잡고 끌어올려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세바스티앙은 임신부를 구했지만 그녀와 함께 이동하지 않고, 원래 숨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테러범들에게 곧 발각돼 결국 인질이 되고 말았다. 그는 “그녀를 구조해 준 직후 헤어져 생사 조차 몰랐는데, 나중에 언론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질로 잡힌 세바스티앙은 바타클랑 극장 창문 앞에 서서 테러범들의 강요로 경찰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크게 외쳐야 했다. 세바스티앙은 “경찰이 극장 건물로 접근하면 5분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는 테러범들의 위협이 계속됐다”며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세바스티앙은 경찰의 진압 작전 시작과 함께 테러범들에게서 벗어났다. 그는 “경찰이 극장에 진입하면서 던진 섬광수류탄이 근처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테러범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던져 엎드렸다”며 “많은 경찰들이 극장으로 진입할 때 나를 밟고 지나갔지만 버텼다”고 말했다.

임신부는 친구들을 통해 감사의 뜻이 담긴 편지를 세바스티앙에게 전달했다. 친구들은 “임신부가 안정을 취하는 중이며 태아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상 공개 직후 임신부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영웅’은 생사여부는 물론 정체도 확인되지 않다가 이번에 모든 게 밝혀졌다”면서도 “인터뷰 사진 하나 없이 ‘영웅’이 자신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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