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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만명 빚 탕감 ‘경제 대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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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만명 빚 탕감 ‘경제 대사면’

입력
2017.11.30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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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이하 10년이상 연체자

월소득 99만원 안되면 탕감 추진

빚 원금 6조 등 금융사 출연금 충당

10년 이하이거나 1000만원 넘는

국민행복기금 연체자는 90% 삭감

내년 2월부터 6개월간 신청 받아

정부가 원금 1,000만원 이하의 상대적으로 적은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을 상대로 소득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원금과 이자를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반한 일종의 ‘경제 분야 대사면’인 셈인데, 10년 넘게 소액부채도 갚지 못할 정도면 사회가 나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다.

다만 ‘100% 빚 탕감’은 그간 유례가 없었던 데다, 이번 대책 역시 일회성이어서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경제원칙을 흔든다는 지적과 함께 탕감 기준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지속될 걸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정한 빚 탕감 대상은 올해 10월말을 기준으로 원금 1,000만원 이하인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한 경우다. 민사채권의 소멸시효(10년)와 함께, 이 정도면 장기간 추심의 고통을 겪은 채무자란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총 159만2,000여명으로 이들이 진 부채의 원금은 6조2,0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들이 평균 450만원의 원금을 14년7개월 가량 연체 중인 걸로 추산했다. 정부는 빚 탕감 과정에서 세금은 투입하지 않고, 금융사 출연금과 기부금으로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런 분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틀에 가둬 상환 만을 기다린다면 평생 연체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중위소득 60% 이하면 혜택

정부는 우선 159만명의 소득과 재산을 철저히 따지기로 했다. 능력이 있는데도 마냥 빚 탕감을 기대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중위소득 60% 이하(1인가구 기준 월소득 99만원, 4인가구는 월 268만원)이면서 주택 같은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으면 상환능력이 없다고 보고 지원할 예정이다. “빚 탕감 대상은 159만명이지만 최종 수혜 여부는 소득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만큼 지금은 실제 수혜자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대략 절반 가까운 80만명이 수혜를 볼 걸로 일단 예상하고 있다.

빚 탕감은 투 트랙(국민행복기금과 민간ㆍ공공기관 보유 연체채권)으로 진행된다. 현재 장기소액연체 채권은 지난 정부 때 채무조정을 위해 세워진 국민행복기금과 대부업체 같은 민간 금융회사, 주택금융공사 등의 금융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83만명의 연체채권을 보유 중이고 이외 민간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채권이 76만2,000명분에 달한다. 국민행복기금에 빚을 진 장기연체자 중 ‘미약정자(일부 부채를 감면 받고 나머지는 갚겠다는 약정을 맺지 않은 사람) 40만3,000명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올 연말까지 소득심사를 해 탕감 여부를 통보해준다. 심사 결과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추심이 중단되고 채권은 3년 후 소각된다.

국민행복기금에서 채무조정을 거쳐 이미 빚을 갚고 있는 ‘약정자’(42만7,000명)는 내년 2월 본인이 직접 캠코에 신청해야 한다. 이들은 심사를 통과하면 3년의 유예기간 없이 즉시 채무가 면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약정자에게 3년 유예기간을 둔 건 추후 은닉재산이 발견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약정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민간ㆍ공공기관 연체도 탕감

민간ㆍ공공기관에 빚을 진 연체자도 내년 2월 캠코에 빚 탕감을 신청하면 된다. 정부는 민간ㆍ공공 보유 연체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별도의 채권매입 기관을 세우기로 했다. 연체자가 캠코 심사를 통과하면 채권매입 기관이 해당 금융사에서 연체채권을 사들여 이를 소각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때도 현재 빚을 갚고 있는 사람과 그냥 연체중인 사람 간에 차등을 뒀다. 빚을 갚지 않은 연체자는 심사를 통과해 추심이 중단해도 채권소각은 3년 후에 이뤄진다.

중위소득이 60%를 웃돌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에도 최대한 지원해주기로 했다. 국민행복기금 연체자는 부채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고, 민간ㆍ공공 기관 연체자는 기존의 다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연계해 빚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재산을 숨기고 빚 탕감을 받다 적발되면 곧바로 빚을 부활시키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12년간 금융거래 때 불이익을 주는 등 엄벌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채무자의 연대보증인 23만6,000명에 대해선 별도 신청 없이 재산조사 후 바로 보증 채무를 없애주기로 했다. 또 국민행복기금 연체자 중 연체기간이 10년 이하이거나 빚 원금이 1,000만원(100만명 추산)을 넘어 빚 탕감 기준에 들지 못했더라도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빚 원금의 90%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다만 민간이나 금융공공기관에 진 연체기간 10년 이하 빚은 탕감 대상이 아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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