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무용가 수잔 링케 방한
국내 무용수에 공연기술 전수
"한국춤 감성 신작에 묻어날 것"
‘미학적 예술 체제, 이것은 재현 체계의 붕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저서 ‘감성의 분할’에서 예술은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감성이 일상생활과는 다른 현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예술은 그 자체로 사회를 바꾸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급진적 주장에까지 이른다.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수잔 링케(71)의 몸짓도 새 감성을 발견하려는 분투로 점철돼있다. 1970년대 무용가 피나 바우시(1940~2009)가 예술감독으로 있던 폴크방 댄스 스튜디오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던 그는 1979년 피나 바우시의 대표작 ‘7개의 대죄’ ‘봄의 제전’을 통해 국내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예쁜 춤’을 거부하며 일상의 삶을 춤에 끌어들인 파격적인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한때 보수적인 무용계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안무가로 독립한 그는 1994년 독일 민간무용단 ‘브레머 탄츠테아테’를 창단하고, 연극적인 구성을 도입한 ‘춤연극’을 선보였다.
27일 명동에서 만난 수잔 링케는 “피나 바우시의 작품은 고통으로 점철돼있고, 그 고통을 통해 새로운 감성을 드러낸다. 고통을 통해, 우리는 행복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 국제현대무용축제 참석차 세 번째 한국을 찾은 그는 2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한국 무용수들에게 안무, 공연 기술을 전수하는 워크숍 ‘멈춤 속의 움직임’을 연다.
“현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모순으로 가득 차있죠. 그 속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아야만 합니다. 제 춤은 일상의 감각을 새로 발견하고, 그걸 투명한 몸짓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그의 스승인 피나 바우시가 무용수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말과 몸짓을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처럼, 수잔 링케 역시 이번 워크숍에서 국내 무용수들의 즉흥춤과 대화를 바탕으로 그들 스스로 창작 안무를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무용수에게 중요한 건 포즈가 아니라 에너지입니다. 같은 동작도 척추, 목, 허리, 손가락 끝까지 신경을 집중시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는 한국의 승무를 예로 들었다. 한삼에 손이 가려져 있는데도 손가락 끝까지 힘을 주어 추는 승무는 몇 개의 우아한 스텝과 동작만으로도 충분히 무대를 장악한다는 설명이다.
워크숍에 앞서 28일에는 브레머 탄츠테아테의 예술감독 우어스 디트리히(57)가 신작 ‘탈라무스’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우어스는 “티베트 승려 소걀 린포체의 사유를 모티프로 시간의 변화와 소멸을 탐구한 1인무로 올해 9월 독일 초연을 앞두고 30분으로 축약한 작품을 한국에 먼저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승무와 같은 한국춤의 감성이 제 신작에도 묻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선보이는 한국춤을 기대하는 이유죠.”(수잔 링케) (02)765-5352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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