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터뷰①] '신인왕' 전인지 "인생 사진첩 표지? 아껴둘래요"

알림

[인터뷰①] '신인왕' 전인지 "인생 사진첩 표지? 아껴둘래요"

입력
2017.01.02 08:30
0 0

▲ 전인지가 샷을 날리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성남=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전인지(23ㆍ하이트진로)는 '골프 모범생'으로 통한다. 그의 가장 큰 일탈은 훈련 기간 병원에 가면서 떡볶이를 사 먹는 정도의 일이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 아이큐가 138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전인지는 아이큐에 관한 질문에 "너무 오래 전 일이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공부와 골프는 닮은 점도 있지만, 그다지 연관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신 없이 보낸 2016년"

-지난 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왕을 10월에 조기 확정했다.

"신인왕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다. 확정 후 마음가짐이 바뀐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아 기뻤지만, 함께 신인왕 경쟁을 한 가비 로페즈(24ㆍ멕시코)가 다리를 다쳐 그게 걱정 됐었다."

-시즌 최종전에서 베어트로피(평균최저타수상)를 놓고 리디아 고(20ㆍ뉴질랜드)와 대결해 극적으로 이겼다. 멘탈 관리는 어떻게 했나.

"평소 멘탈 훈련을 많이 했다. 그때도 루틴대로 했다. 멘탈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생각하면서 잡생각, 불안감,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게 마지막 홀에서 퍼트할 때 집중력을 높였던 것 같다."

▲ 전인지가 본지와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멘탈의 중요성을 표현하자면.

"골프는 멘탈 50%, 체력 25%, 샷 25%인 것 같다. 사실 샷은 다들 비슷하다. 자신의 상황에서 누가 어떤 생각으로 샷을 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것 같다. 누가 조금 더 완벽에 가까이 가느냐에서 갈리는 게임인 것 같다."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시즌 전 스윙 플랜이 좋아졌다. 일관성도 향상됐다. 겨울전지훈련에서 집중하면 더 좋아질 것 같은 자신감이 있다. 약점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등에서 조금씩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걸 잘 다듬으려고 한다."

-LPGA 진출 첫 해를 보냈다. 미국 생활이 꽤나 힘들었을 텐데.

"초반엔 영어가 가장 어려웠다. 인터뷰 때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지 못해 답답함으로 울었던 적도 있다.(웃음) 당시엔 그리움 등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대회 전날 울다가 잠든 적도 있다. 영어는 초등학생 때부터 울렁증이 있었다. 한 번은 미국에 놀러 갔다 왔는데 발음 때문에 놀림을 당했다.(웃음) '헬프'냐, '하프'냐 그런 것들이었다. 그 뒤로 울렁증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영어 도와주는 친구도, 캐디도 외국인이라 연습 중간에도 영어 표현에 관해 물어본다. 현지 매니저 친구는 종종 먼저 받아쓰기를 하자고 챙겨주기도 한다."

▲ 전인지가 골프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지난 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경험했다.

"LPGA 진출 이유 중엔 올림픽 출전도 있었다. 물론 성적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박)인비(29ㆍKB금융) 언니가 금메달 딴 순간을 TV가 아닌 곁에서 지켜봤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언니들이 잘 챙겨줬고, 박세리(40) 감독님도 엄마처럼 날 대해주셨다. 2020 도쿄 올림픽 땐 꼭 메달을 따고 싶다."

-KLPGA를 평정한 2015년과 LPGA에서 주목 받은 2016년의 성취감을 비교한다면.

"2016시즌은 정신 없이 보냈다. 신인이라 모르는 코스가 많았다. 한국에선 2015년이 3년차였다 보니 코스는 대부분 다 알았다. 2015년엔 프로암 하면서 컨디션 관리하고 대회 치르면 됐는데 2016년은 한 주 한 주가 너무 바빴다. 대회 후인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오전에 비행기 타고 이동해 월요일 9홀 연습, 화요일 9홀 또는 18홀 연습, 수요일 프로암,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진 대회,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2015년과 달라진 점을 느끼기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신인왕도 상을 받으면서 스피치 할 때 돼서야 실감이 나더라."

◇'연애는 아직… 결혼은 30대에'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골프채를 언제 처음 잡았나.

"10살 위인 친언니가 있다. 아버지가 언니애게 골프를 시키고 싶었는데 그땐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그러지 못 하셨다. 내가 태어날 때 아버지가 다시 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듯하다. 팔굽혀펴기 50개 하면 용돈을 얼마씩 받고 그랬다.(웃음) 12살 때 프로님이신 아버지 친구분과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아버지는 무작정 나를 제주도로 보내 골프 훈련을 받도록 했다. 그땐 사실 골프를 좋아하지 않아 연습도 많이 하지 않았다.(웃음) 처음엔 승부욕 때문에 한다고 했는데 시작하고 나니 힘들더라.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힘들었다.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목표의식이 생겼다. 잘 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도 싶었다. 그 후부턴 연습을 많이 했다."

-연습량은 어느 정도였나.

"그때는 하루 일과가 오전 5시에 일어나 런닝, 런지, 스쿼트 등 운동을 하고 연습장 근처 식당에서 조식을 한 후 오전 8시 15분부터 오후 1시까지 타석에서 연습을 했다. 화장실 가는 것 외엔 타석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후 연습 라운드를 하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엔 오후 6시까지 계속 연습했다. 집에 와서도 저녁 식사 전까진 런닝을 했다. 저녁 먹고 씻고 자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때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다."

▲ 전인지가 고개를 돌린 채 서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골프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어렸을 땐 낯가림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골프를 하면서 그런 게 점점 없어졌다. 예전에 내 성격이었으면 무대 위에서 스피치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박원(52) 코치님을 뵙고 나서 생각과 성격 등이 확 달라졌다."

-꽃다운 나이다. 남자 연예인도 좋아할 법한데.

"이 질문이 제일 어렵다. 예전에 방송에서 '이상형 월드컵'을 했을 때는 정우성(44)이 우승했다. 요즘 주위 친구들은 박보검(24), 공유(38)를 얘기한다. 두 분 다 정말 미남이시다.(웃음)"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20대에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젠 서른이 넘어 하는 걸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버지한테 처음 결혼에 대해 얘기를 꺼냈을 때 아버지께선 '28살쯤에 하라'고 하시더라.(웃음) 그런데 사실 그때 돼서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 결혼하지 않을까 한다.(웃음) 현재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겨울전지훈련 계획은.

"매년 갔던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러스 골프장으로 갈 예정이다."

-LPGA 2년차인 올해 목표는.

"2017년 목표는 조만간 세울 예정이다. 한 가지 바람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작년에 준우승을 거뒀고, 코스도 좋아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18번홀 그린 옆에 세워진 영화배우 다이나 쇼의 동상을 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올라온다. 동상하고 포옹하고 오곤 한다."

▲ 전인지가 본지의 질문에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LPGA에서 특히 자극이 되는 선수가 있나.

"사실 모두 잘 한다. 항상 어떤 선수가 치고 나올지 모른다. LPGA에선 1타를 잃으면 순위가 굉장히 많이 밀리더라. 상대 선수와의 경쟁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어떤 골퍼가 되고 싶나. 먼 미래이지만 은퇴 이후의 삶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골프를 하고 싶다. 꿈꾸는 골퍼의 모습은 있지만,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어떤 선수가 돼가는지, 어떤 사람이 돼가는지 지켜봐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은 생각은 항상 있다."

-인생을 사진첩으로 만든다고 할 때 표지로 하고 싶은 순간이나 장면이 있다면.

"표지는 아껴두고 싶다. 표지로 선택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웃음)"

성남=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월하노인’ 육성재ㆍ#12539;‘삼신할매’ 이엘의 힌트 ‘청실홍실’은 무엇?

구혜선, 지금과 비교해도 변함없는 얼짱 시절 사진 ‘풋풋하지요’

[해피코리아] K리그 팬 '라이벌 팀에 큰 점수 차 역전승' 가장 행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