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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김영한 비망록, 작성자의 주관적 생각 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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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김영한 비망록, 작성자의 주관적 생각 가미”

입력
2016.1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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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시신 인양 발언한 적 없어

‘長’표시라고 모두 내 지시 아냐”

공작정치 의혹 교묘하게 피해가

김기춘(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기춘(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2차 청문회에선 고 김영한(올해 8월 사망)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의 신빙성을 놓고 김기춘(77)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의원들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수석이 청와대 근무시절(2014년 6월~2015년 1월),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둔 비망록은 김 전 실장의 ‘공작 정치’ 의혹을 입증해 줄 핵심 물증으로 꼽힌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비망록 내용을 토대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실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비망록에 ▦세월호 인양 불가 지시 ▦사법부ㆍ언론 길들이기 시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계 인사 탄압 등의 내용이 ‘長’(장)이라는 한자와 함께 적혀 있어, 김 전 실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고 추궁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영한 수석이 작성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그는 “그 비망록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시신 인양은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인양하지 않으면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노트를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망록을 보면)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니라 청와대 공작실장이다”라고 공세를 이어갔지만 김 전 실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 수석회의라는 것은 수석들을 모아놓고 일방적 지시를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소관업무의 상황을 보고하고 대책과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라며 “비망록에 적힌 게 전부 실장이 하나하나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실장에 대한 집중포화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비망록 내용을 보면 증인(김 전 실장)의 사고가 완전히 구시대적이다. 언론통제, 검찰통제, 보복 인사 등이 다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도 “여당 의원들이 김 전 실장과 통화할 때 비망록 내용을 얘기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일도 있다”고 발언 사실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장(長)이라고 표시돼 있다고 전부 다 제 지시는 아니다”며 발뺌을 계속했다.

이 같은 김 전 실장의 답변 전략은 비망록 작성자인 김 전 수석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에게로 공을 넘겨 버려 입증 불가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망록 일부에 당시 회의내용을 정리한 공식 문서 출력본이 붙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검이 당시 청와대 회의 자료를 확보할 경우 김 전 실장의 지시 여부는 의외로 쉽게 밝혀질 수도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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