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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주자 합창 ‘칼퇴근’ 막는 근로기준법 정부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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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주자 합창 ‘칼퇴근’ 막는 근로기준법 정부 개정안

입력
2017.02.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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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이 거의 한 목소리로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달 토론회에서 휴식과 가사ㆍ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휴일 노동을 포함해 주 52시간 법정 노동시간 준수”의 필요성을 말했다. 10대 초반 시계공장에서 일한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노동법상 최대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이라며 노동현장 감독과 근로기준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정당 후보들도 다르지 않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칼퇴근법’을 도입해 퇴근 뒤나 야간ㆍ주말에 SNS 등으로 갑자기 업무 지시를 받고 일 할 경우 추가 임금을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남경필 의원 역시 ‘주 40시간, 연장근로 포함 52시간’ 제도를 정착시키고 ‘야근 없는 날’을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건강 등을 지키는 기본권이자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절실하며 심각한 취업난 해소에 일조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정은 행복해지고 청년에겐 일자리가 생깁니다”는 정책 홍보동영상까지 내놓았던 고용노동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안을 뜯어보면 이미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한 주 최대 52시간(주 40시간+연장 근무 12시간 허용) 노동을 2020년까지 기업 규모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지키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2023년 말까지 휴일 8시간 특별연장근로도 허용하자고 한다. 그때까지는 주 60시간 노동도 법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개정안은 정부가 근로기준법의 한 주를 ‘7일’이 아니라 ‘휴일을 뺀 근로일’로 해석해왔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이 법으로 정해진 한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 500시간 많은 최장 노동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대법원 일부 판례 등을 들어 이 같은 행정 해석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휴일 노동이 ‘주 52시간’에 포함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10여 건이나 나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필요한 것은 법 개정이 아니라 상식에 부합하는 행정 해석 변경이다.

다만 법정 노동시간 준수에 따른 기업 부담, 그로 인한 실질 임금 감소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예산을 더 늘리고, 노사는 고통 분담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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