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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경 기자

등록 : 2017.06.20 04:40
수정 : 2017.06.20 04:40

문정인에 엄중 경고했지만…속내 복잡한 청와대

등록 : 2017.06.20 04:40
수정 : 2017.06.20 04:40

“한미 관계 도움 안돼

문 특보 사전 조율 안 했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언급과

북한 비핵화 해법 크게 안 벗어나

문 특보 “나는 조언할 뿐 결정은 청와대에서”

“우리 카드 노골적으로 보여줘

정부 협상력 떨어뜨려” 비판 나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청와대가 19일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과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가뜩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대북 해법까지 이견을 노출할 경우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문 특보의 발언 내용 자체는 부인하지 않아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특보에게 앞으로 있을 여러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엄중하게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특보가 출국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강연 내용 등에 대한 언급을 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정 실장이 문 특보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 상견례 차원이었다”면서 “정 실장도 문 특보의 개인의 아이디어로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 역시 이날 뉴욕에서 가진 ‘한반도 위기-한미동맹의 의미’ 세미나에서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학자적 소신을 강조하면서도, “(워싱턴 발언은) 교수로서 개인적인 생각일 뿐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나는 특보로서 의견을 낼 뿐 정책결정은 별개”라면서 “(나는) 한미동맹에 대해 조언할 뿐 결정은 청와대에서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특보가 주장한 ‘핵 동결ㆍ군사훈련 축소’ 카드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언급한 북한 비핵화 해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인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핵 동결을 하고 핵 동결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거기에 상응해서 한미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한다든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특보의 발언이 대통령 입장과 배치되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중에 하나라고 본다”며 아예 부정하지는 않았다.

실제 ‘핵 동결ㆍ군사훈련 축소 카드’는 북한 비핵화를 곧바로 실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당장의 핵 미사일 개발과 핵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고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단계적 조치로서 국내외 대북 전문가 사이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다만 대북 비둘기파들이 선호하는 이 같은 접근법이 미국 트럼프 정부 입장과는 조율되지 않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청와대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문 특보가 16일 세미나에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한 대목도 사드를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올리지 않으려는 청와대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에선 문 특보의 발언 내용보다 시기와 형식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캠프의 외교ㆍ안보정책을 담당했던 여권 관계자는 “협상장에서 밝힐 수 있는 내용들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며 “미국 인사들이 ‘대통령 특보’라는 직책을 보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언에 보다 신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문 특보의 발언 내용에 대해선 엄호성 지원 사격도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무도 안 하는 말을 용기 있게 했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외교 파장이 있는 듯한 호들갑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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