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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속한정승인 받은 자녀에 “부친 빚 갚아라” 차용증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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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속한정승인 받은 자녀에 “부친 빚 갚아라” 차용증 무효

입력
2016.09.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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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상속재산 범위內 갚아야”

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상속 받은 재산 한도 안에서 부모의 빚을 떠안는 상속한정승인을 받은 자식에게 “부친이 빌려간 돈을 대신 갚으라”고 강요해 받아낸 약정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사망한 박모씨에게 생전 돈을 빌려준 원모씨가 박씨의 자식 A씨에게서 차용증을 받아낸 뒤 제기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원씨는 건설자재사업을 하던 박씨에게 2010년 5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회에 걸쳐 총 1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박씨 아내가 “사업이 어렵다”거나 “셋째 딸 결혼자금을 보태줘야 한다”는 취지로 도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씨가 2014년 12월 숨을 거두면서 발생했다. 박씨의 아내와 자식 3명은 상속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고 확신해 이듬해 3월 초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법원에 청구했고, 석 달 뒤 인용 결정을 받았다. 박씨의 자녀 중 A씨만 상속재산이 많은지 빚이 많은지 불명확하다고 판단해 상속한정승인을 받았다.

이를 알게 된 원씨는 그 해 12월 A씨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미리 적어온 차용증을 내밀며 A씨에게 이름을 쓰게 하고 도장을 찍도록 거듭 요구했다. 원씨는 받아낸 차용증을 근거로 그 달 곧바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차용증을 A씨에게 책임을 지울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상용 부장판사는 “피상속인(박씨)의 채권자가 상속한정승인 심판을 받은 상속인에게 받아낸 현금영수증이나 차용증을 근거로 부친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청구한 것을 법원이 허용한다면, 이는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한정승인제도 취지를 무너뜨리게 돼 허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 판사는 “다만, A씨는 부친에게 상속 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원씨에게 돈을 갚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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