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하 기자

등록 : 2018.02.08 16:54
수정 : 2018.02.08 18:39

‘튀튀’ 치마 대신 드레스 입은 발레리나… 19세기 러시아 재현에 ‘딱’

등록 : 2018.02.08 16:54
수정 : 2018.02.08 18:39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의상

기존 발레복보다 무겁고 불편해도

등장인물 심리 표현하는 데 강점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의상. 국립발레단 제공

커튼처럼 겹겹이 쌓인 긴 드레스를 입고 아라베스크(한 발로 서서 반대쪽 발을 뒤로 들어 올린 자세) 동작을 소화하는 발레리나. 그 파트너인 발레리노는 정장 바지와 재킷을 차려 입고 춤을 춘다. 접시처럼 퍼지는 ‘튀튀’ 치마와 타이츠 만을 발레 의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춤의 기교보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방점을 찍은 드라마 발레에서는 시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의상들을 무대에 올린다. 물론 기존 무용 의상보다 더 무겁고 불편하다. 일상복과 같은 옷을 입고 발레 동작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무용수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무대는 19세기 러시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무대 세트는 간소하다. 의상이 지난 시대의 공간을 불러낸다. 시대 고증에 신경을 쓴 의상이다. 고전 복식에서 많이 사용된 실크를 사용했다. 김인옥 국립발레단 의상감독은 “실크 중에서도 타프타라는 원단을 썼다. 검은색인데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광택을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드레스는 아름답지만 무게가 단점이다. 다른 발레 작품인 ‘지젤’에 등장하는 비슷한 길이의 드레스보다 약 3.5배 정도 무겁다. 19세기 봉긋한 모양의 드레스를 되살리기 위해 무용수들이 코르셋을 입을 순 없는 노릇이라, 그 안에 ‘샤’(겉옷의 형태를 잡아주는 소재로 사용되는 뻣뻣한 옷감)를 네 겹이나 넣었다. 무용수들은 두 달 전부터 비슷한 무게의 연습용 옷을 입고 춤을 췄다. 현역 무용수 시절 드라마 발레 작품을 다수 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무용수들이 클래식 발레 때보다 다리를 훨씬 높이 든다고 느껴야 자신이 생각했던 위치에 다리가 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의상. 국립발레단 제공

발레리노 의상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일반적인 정장을 입을 경우 팔과 다리를 들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절개선 등을 다르게 만들었다. 김인옥 의상감독은 “재킷 겨드랑이 부분에는 패턴을 덧대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바지는 쁠리에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밑위를 짧게 했다”고 말했다.

궁정의상을 그대로 입었던 15세기 초기 발레에서는 여성 무용수들이 긴 드레스를 입는 게 일반적이었다. 발레 기교가 발달하며 옷자락이 짧아지고 다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튀튀’는 19세기에 등장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다시 예전의 의상으로 회귀한 것이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드라마 발레 창시자로 알려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존 크랑코의 작품, 특히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 의상이 대부분 그렇다”고 설명했다. ‘오네긴’과 ‘카멜리아 레이디’ 등 해당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의상은 디자이너 엠마 라이엇이 독일에서 제작한 110여벌을 한국으로 공수해 온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맞아 11, 12일 강릉올림픽아트센터에서 다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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