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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두드리며 생존자 찾기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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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두드리며 생존자 찾기에 총력

입력
2015.06.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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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떠오른 바닥 절단작업

선체 내부 생존자와 통화 주장도

승객 대부분이 50~80세 노인

2분 만에 침몰… 속수무책 당해

458명이 탄 중국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 현장인 중국 후베이성 젠리현 창장 중류에서 2일 붉은 구명조끼를 입은 구조대원들이 거꾸로 뒤집힌 배 선실에 갖혀 있던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후베이=신화 연합뉴스
458명이 탄 중국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 현장인 중국 후베이성 젠리현 창장 중류에서 2일 붉은 구명조끼를 입은 구조대원들이 거꾸로 뒤집힌 배 선실에 갖혀 있던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후베이=신화 연합뉴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일 낮 12시52분 중국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 선체 안에서 잠수부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65세 할머니는 공포감이 가시지 않은 듯 울먹이면서도 구조대원들을 향해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1일 밤9시28분 배가 가라앉으면서 객실에 갇힌 뒤 15시간 30분 만에 물 밖으로 나온 할머니는 반쯤 넋이 나간 채 아직도 자신이 살아 돌아온 게 믿겨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관영 CCTV는 할머니의 생환 소식을 전하며 할머니처럼 선체 안의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조 당국은 선체를 망치로 두드리며 반응하는 소리를 통해서 생존자 위치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수면 위로 떠 오른 선박 밑바닥 일부를 용접기로 절단하는 작업도 벌였다. 일부 매체들은 선체 안의 생존자와 전화 통화가 연결됐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1일 밤 9시28분 후베이(湖北)성 젠리(監利)현을 지나 창장(長江ㆍ양쯔강)을 거슬러 오르던 둥팡즈싱호가 갑자기 뒤집혀 침몰하기까진 단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원들은 “갑자기 불어온 회오리바람(토네이도)에 배가 오른쪽으로 기운 뒤 2분만에 가라 앉았다”고 밝혔다. 당시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을 출발, 충칭(重慶)으로 향하던 둥팡즈싱호엔 승객 406명과 선원 47명, 여행사 직원 5명 등 모두 458명이 타고 있었다. 더구나 승객 대부분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었다. 이들은 상하이(上海)의 한 여행사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단체 여행 ‘석양홍’(夕陽紅)에 참여한 터였다. 난징에서 배를 탄 뒤 충칭까지 창장을 거슬러 오르며 관광을 하는 여행 상품이다. 그러나 ‘호화 유람선 여행’은 악몽으로 변했다. 50~80세의 노인들이 갑자기 가라 앉는 배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승객들중에는 3세 아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 했다.

중국 중앙기상청과 날씨 정보 사이트인 중국천기망(中國天氣網)에 따르면 당시 사고 현장의 회오리 바람은 풍력이 12급이나 됐다. 풍력 12급은 초속 32.6m, 시속 117㎞ 이상이다. 시간당 70㎜에 가까운 폭우도 내렸다. 사고가 난 곳은 강폭이 좁고 수심이 낮은데다 여름이면 간혹 토네이도성 강풍이 발생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일각에선 싼샤(三峽)댐이 완공되고 저수가 시작된 후 회오리 바람이 잦아졌다면서 일종의 환경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2일 오후2시 현재 생존자 13명 중엔 선장과 기관장도 포함됐다. 이들은 사고가 나자 배에서 탈출, 스스로 수영을 해 뭍에 도착했다. 당국에 사고 신고를 하고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은 그 이후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실질적 구조는 2일 새벽에나 시작됐다. 선장이 구조 임무를 다 하지 않아 구조의 황금시간대를 놓친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지켜 본 중국 당국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보도가 나온 뒤 불과 4시간만에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특별 지시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곧 바로 비행기를 타고 이날 낮 현장에 도착, 구조작업을 진두 지휘했다.

그러나 의문점도 많다. 사고가 1일 밤9시28분에 났는데도 관영 신화통신의 첫 보도는 2일 새벽4시24분에나 나왔다. 회오리 바람만으로 침몰했다는 데 대해서도 의심하는 시각이 적잖다.

승객 가족들은 사고 현장으로 몰려들어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인터넷엔 무사 귀환을 바라는 기원과 도움을 청하는 가족들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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