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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성냥, 디자인 입혀 지켜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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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성냥, 디자인 입혀 지켜 주고 싶어요

입력
2015.04.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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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에 무늬 인쇄… SNS로 홍보

12일부터 서교동서 전시회 열어

디자인 작업으로 성냥갑에 멋을 불어넣는 신소현(왼쪽)ㆍ전민성씨.
디자인 작업으로 성냥갑에 멋을 불어넣는 신소현(왼쪽)ㆍ전민성씨.

“잊혀져 가는 것을 보존하는 것은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인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터에 밀려 소멸 위기인 성냥을 지키기 위해 성냥갑 디자인에 정성을 쏟는 신소현(29)씨와 이를 기획ㆍ홍보하는 전민성(31)씨는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이 성냥갑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된 건 2년 전 국내 성냥공장이 몇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폐업위기에 처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다.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잇겠다며 이들이 본격적인 작업에 나선 것은 올해 초. 모든 것을 접했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마음을 담아 ‘내가 너를 만났던 어느 날(Oneday I Met You)’의 영문 약자를 딴 ‘오이뮤(OIMU)’로 팀명을 정했다. 그 첫 작업이 성냥이었다.

신씨는 “성냥은 불을 켜는 도구이면서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쓰인 성냥은 1980년대 가스라이터가 보급되면서 급격히 수요가 줄어 현재 성냥공장은 2, 3곳 밖에 남지 않았고 이마저 폐업위기다. 처음 경북 의성의 성광성냥에서 성냥을 사왔지만 물량이 부족해 유엔상사로 바꿨다. 팔각형 성냥으로 유명한 유엔상사는 5년 전 자체 생산은 중단했지만 수입ㆍ판매는 계속하고 있다. 전씨는 “어떻게 하면 성냥 수요를 높일 수 있을까 궁리하다 포기했다는 유엔상사 사장님이 왜 이제 왔냐,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했냐며 반기셨다”고 말했다.

이들이 거의 수작업으로 내놓은 ‘오이뮤성냥’은 디자인한 무늬를 동판에 새겨 성냥갑에 인쇄하고 이를 접은 후 성냥 50~55개비를 넣은 형태. 처음엔 “요즘 성냥 찾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유통에 애를 먹었지만 SNS 등을 통한 홍보가 먹혀 판매시작 한 달이 안돼 서울 대구 부산 등 총 15곳에 물건을 공급했다.

제품에 사용하는 수입성냥은 벌목의 산물이라 나무 훼손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국내 재고 성냥 소비와 재생용지 등을 사용한 성냥 제작도 생각하고 있다. 12일부터 한 달 정도 서울 서교동의 업사이클링 가게 ‘오브젝트’에서 ‘성냥’을 주제로 전시회도 연다. 본업을 따로 하면서 이 같은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두 사람은 “저희가 무언가 큰 일을 하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잊혀져 가는 것에 잠시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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