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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옥시ㆍ폭스바겐 사태로 필요성 커진 징벌적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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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옥시ㆍ폭스바겐 사태로 필요성 커진 징벌적 손해배상

입력
2016.07.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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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 옥시는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한국에서만 팔았다. 4월 말 현재 피해자가 1,528명에 달하고 이 중 239명이 숨졌다. 처음부터 제품의 위험성을 알았으나 제대로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았고, 유해성이 드러난 뒤에도 피해보상은커녕 실험 결과를 조작하고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검찰 수사로 불리한 증거를 없앤 정황까지 드러나자 마지못해 사과와 함께 포괄적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민법의 실손배상 원칙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쥐꼬리 배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한국 12만5,000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1,100만대의 배출가스 조작차량을 팔았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차량 소유자 47만명과 환경보호청 등에 약 17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의 중고차 시세로 되팔거나 공짜로 리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배상은커녕 리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미법계 국가는 악의적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시행하고 있다. 미 법무부 통계를 보면, 전체 손해배상 청구소송 중 징벌적 손해배상 사건이 10%를 넘는다. 배상액도 천문학적이다. 미국 법원은 존슨앤드존슨의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다 암에 걸린 피해자에게 약 630억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맥도널드 매장에서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은 할머니에겐 7억3,000만원의 배상이 인정됐다. 한국은 대륙법계 원칙에 따라 피해자에게 피해사실 및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한다. 법원에 가도 화해나 패소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간신히 손해를 입증해도 통상손해배상과 소액의 위자료 등 미미한 액수에 그친다.

여야가 모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입을 모았다. 본보가 어제 국회 법사위ㆍ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성 의견(73.2%)이 반대(4.9%)를 압도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순자산의 최대 10%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하도급법에 일부 도입된 징벌적 배상액 한도(피해약의 3배)를 크게 뛰어넘는다. 소송 만능주의와 정상적 기업활동 침해 우려도 제기되지만, 지금처럼 악의적이고 반사회적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 버젓이 보호받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손질하는 것을 전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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