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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줄 샌 아파트 관리비, 주민참여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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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줄 샌 아파트 관리비, 주민참여 절실하다

입력
2016.03.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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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아파트 다섯 곳 중 한 곳 꼴로 회계 부정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의 300세대 이상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감사에 참여한 8,991개 아파트 단지 중 19.4%인 1,610개 단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배우 김부선씨가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정부의 감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 관리비는 입주자 대표회장이나 관리소장이 제멋대로 가져다 쓰는 쌈짓돈이고, 아파트 주민들은 그들의 봉이나 다름없었다. 충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무단으로 20억 원을 빼낸 사실이 적발됐다. 관리비 주요 통장이 관리소장 단 1명의 명의로 돼있어 부정에 취약했다. 전기료를 과다 부과한 뒤 가로채거나 출금전표를 조작해 돈을 챙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아파트 수선공사에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수의계약을 맺거나 자격 미달 업체를 선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전체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이들이 내는 관리비는 연간 12조원 대에 달한다.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사적 자치영역으로 치부돼 그 동안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입주자 대표회의의 비민주적 운영과 관리주체의 전문성 부족, 지자체의 소극적 감독 등이 맞물려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관리비가 비싼 이유와 무관하다고도 보기 어렵다.

아파트 관리비 비리는 주민들에게 경제적 손해를 줄 뿐만 아니라 공동 생활공간에서 상호 불신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2014년부터 지자체 감사제도를 도입했으나 비리와 의혹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중앙정부와 전국 광역 시도 및 기초 지자체에 경찰청까지 가세해 대규모 합동단속에 나선 것은 역으로 기존 감사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수십 년간 누적돼 온 문제인 만큼 보다 근본적 접근 방식과 해결책이 필요하다.

아파트 관리비 비리 근절은 정부나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아파트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해서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주체가 외부 업자와 담합해 관리비를 유용하는 행태는 주민들의 무관심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관리 업무 분담과 의사결정의 민주적 절차 수립 등 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이 요구된다. 주민의 감시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정교한 지도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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