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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MB정부도 내막에 관심… 끝내 조사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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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MB정부도 내막에 관심… 끝내 조사 못하더라

입력
2014.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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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스웨덴 외교차관이 창구역… 평화상 심사위원 방한도

수상 욕심이 북핵개발 불러… 주장 그쳐 온 의혹 자료로 입증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군나르 베르게 당시 노벨위원장에게서 평화상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군나르 베르게 당시 노벨위원장에게서 평화상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온라인 책 서점 아마존에는 언론인 도널드 커크와 김기삼씨가 공동 저술한 DJ정부 노벨상 로비 의혹에 대한 영문 책이 예약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사진 캡처
미국 온라인 책 서점 아마존에는 언론인 도널드 커크와 김기삼씨가 공동 저술한 DJ정부 노벨상 로비 의혹에 대한 영문 책이 예약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사진 캡처

한국의 노벨상 스캔들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김기삼(50)씨다. 국정원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김씨는 10년 넘게 김대중(DJ) 정부 노벨상 공작의 존재를 주장해왔다. 대북송금과 안기부 불법도청 문제가 그의 손을 거쳐 대형 사건이 됐다. 그러나 DJ 노벨 스캔들은 국내에서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았고 그의 주장도 의혹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미국 언론인 도널드 커크와 공동으로 ‘김대중과 노벨상 추구’(KIM DAE-JUNG AND THE QUEST FOR THE NOBEL)라는 영문 책을 내는 일이다. 책에서 그는 처음으로 DJ정부 당시 노벨상과 관련된 국정원과 외교부 등의 정부 비밀문서를 공개해 이전과는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어떻게 한국 대통령이 노벨상을 탔고, 김정일의 핵 프로그램을 지원했나’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 국제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김씨뿐 아니라 한국 정부 관심사이다. 워싱턴과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김씨는 “이번 책이 (노벨상 로비) 그림의 90%를 맞춘 것“이라며 지금껏 주장에 그쳐온 의혹을 자료로서 입증해낸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 그를 직접 만나고, 한국에서 전화를 해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DJ의 노벨 평화상 문제에 매달리는 이유가 뭔가. 노벨상을 받기 충분한 인물인데다, 당사자는 이미 고인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노벨상 타려고 더 큰 위험(대북송금과 북핵개발)을 가져왔다. 노벨상위원회가 공식 조사한다면 응하겠다.”

-DJ 이후 역대 정부들은 이 의혹에 어떻게 반응했나.

“노무현 정부 초기 민정수석실에서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 만났다. 이명박 정부시절에도 실세들을 미국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조사하려 했으나 끝내 하지 못하더라.”

-구체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말해달라.

“정권교체기이던 2003년 초 대북송금 얘기가 나오길래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2주 뒤 DJ의 대북송금 인정 발언이 나왔다.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보낸 최모 변호사가 미국으로 찾아왔다. 최변호사는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지시를 받고 왔다고 해 무기비리 등 DJ 정부 부패에 관한 편지도 써주었다. 내가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청와대에 진정을 하니 이호철 당시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이메일 연락을 해온 적이 있다.”

-그 다음 이명박 정부 반응은.

“2008년 6월말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막 물러난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이 방미했을 때 만나자며 항공편을 제공해, 로스앤젤레스로 찾아가 만났다. 그는 비서실장 재직 때 민정수석에게서 내가 제기한 문제들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면조사를)하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는데 이후 아무 조치가 없었다. 이듬해인 2009년 4월 워싱턴에 온 김종태 당시 기무사령관(현 새누리당 의원)을 펜타곤(국방부)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이전에 강영훈 전 국무총리를 만나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며 내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얘기했다.”

-현 박근혜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나.

“접촉한 인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 정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병기 국정원장과 인연이 있지 않은가.

“내가 양심선언문을 써 제일 먼저 갖다 준 사람이 이 원장이다. 2002년 하반기 미국에서 공중전화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특보이던 이 원장과 통화했다. 여러 의혹들을 말하니까 한국으로 오라 했다. 한국에 들어가 만났는데 (폭로 기자회견에 대해)기다려 달라고 한 뒤, (상대 후보에 대해 폭로, 비방하는 선거운동인)네거티브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당시는 김대업 전 부사관이 제기한 이른바 병풍 사건이 한창이었다.)

-이번에 나오는 책이 인용한 문서들은 아직 미공개 자료인데 어떻게 입수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모았다. 동료들이 전해준 것들도 있다. 내가 직접 국정원에서 들고 나온 것은 없다.“(직접 국정원 문서를 몰래 빼냈거나, 재직 중 얻은 비밀을 공개하면 국정원직원법 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책이 다룬 민감한 내용을 소개해달라.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차장이 스웨덴 외교부 차관 시절 DJ정부의 대북 창구 역할을 한 사실, 노벨평화상 심사위원이 한국을 방문한 것 등이 있다. 국정원이 돈을 대고 현지 학자 이름을 빌려 스웨덴판 ‘감옥에서 대통령까지’란 DJ 옥중수기를 출판한 것이나 삼성의 노벨상 100주년 기념전 후원과정 등도 공개되지 않은 얘기들이다. DJ의 라프토 인권상 수상 과정에서 심사위원을 초청한 뒤 당시 유력후보가 탈락한 문제는 노르웨이와 외교적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그간 미국 생활은 어떠했나.

“신분 문제부터 경제적 곤궁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고통을 참아준 가족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계획은.

“이것(DJ의 노벨상 공작 의혹) 때문에 내 인생이 이리 됐다. 책이 나오면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생활인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기획취재팀

<책에 어떤 민감한 내용 있나>

영국계 유명 출판사인 맥밀란이 발간을 준비 중인 ‘KIM DAE-JUNG AND THE QUEST FOR THE NOBEL‘는 모두 15개 장에 25개 주제로 이뤄졌다. 아직 기밀로 취급되는 정부문서를 인용한 각주는 16쪽 가량 된다. 김기삼 씨로선 지난 10여년간 ‘말’로 주장해온 노벨 스캔들 의혹의 원본자료를 처음 공개한 셈이다. 공동저자인 도널드 커크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굵직 굵직한 현대사를 기록해온 언론인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책이 나오면 당시 노벨상을 위해 국정원과 현지 대사관 등 국가기관이 동원된 사실이 어느 정도는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의 원고는 지난해 출판사 맥밀란에 넘어갔으나 발간이 1년 이상 미뤄지고 있다. 책에서 다룬 인물들 가운데 아직 현직으로 활약하는 인사가 다수여서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리검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 책의 출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나 큰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어로 된 책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은 국내와 다를 수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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