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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리 온 潘風… 여야 대권 구도 재편 ‘태풍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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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리 온 潘風… 여야 대권 구도 재편 ‘태풍의 눈’으로

입력
2016.05.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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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장으로 대중적 인지도

외교ㆍ통일분야 전문성 갖췄지만 정치 경험 없고 조직기반 부재

“내치 미검증… 리더십 약점, 신비주의 실체 곧 드러날 것”

기존 정치권 일제히 견제구

비박이 ‘潘카드’ 받을지 여부 관심,

野, ‘충청ㆍTK 연합’에 촉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이 그 셈법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큰 틀에서 여권은 환영, 야권은 폄하하는 분위기다. 여론은 반 총장의 대권 파괴력과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 간의 간극을 주시하고 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령 감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까닭에 강점과 약점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강점으로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국민적 호감, 국제무대 경험이 먼저 꼽힌다.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꼭 필요한 외교와 통일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것은 어느 대권주자도 갖추지 못한 반 총장만의 경력이다.

여기에 정치권에 몸 담은 적이 없어 정치적 부채의식이 적고, 이념적 성향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지지층의 확장성이 크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울러 새벽 4시부터 초 단위로 일정을 수행하는 반 총장 특유의 근면성과 "적이 없다"는 친화력 역시 큰 강점이다. 반 총장을 대권 후보군에 포함시킨 각종 여론조사마다 그가 상위에 랭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 총장의 매력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약점으로 치환된다. 과거 높은 대중성과 호감도를 지닌 대권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도 대권행에는 실패했다. 특히 국내무대 경험이 적은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ㆍ안보를 뺀 정치ㆍ경제(민생)ㆍ사회ㆍ문화 등 다른 분야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맹점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정당 내 조직과 세력 기반이 부재한 것도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반반(半半)' '유만(油鰻ㆍ기름 바른 장어)'이란 별칭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는 것도 그의 리더십을 흔들 약점에 속한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반 총장의 유일한 장점은 '신비주의'인데, 이에 대해 검증에 들어가면 바로 실체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는 순간 검증이란 홍역을 건너기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예상보다 빨리 등장한 반 총장의 반풍(潘風)이 향후 대권구도에 미칠 영향이 예상외로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반 총장이 지닌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26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에서 “국민 가슴 속에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부심이나 동경심이 결코 작지 않아 세세한 이슈를 덮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반 총장의 등장은 최근 여야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새판 짜기 기류와 맞물려 있다. 이미 정의화 국회의장이 10월 '새 정치결사체' 발족을 예고했고,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도 정계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가 반 총장을 영입할 경우 당내 구도가 다시 친박 대 비박으로 나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내 잠룡들인 김무성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지금은 무소속인 유승민 의원 간의 관계도 복잡해질 수 있다.

수도권을 점령한 더민주와 호남을 품은 국민의당은 반 총장의 대응 카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무관의 충청권'이 친박계가 주축인 대구ㆍ경북(TK)과 연합할 경우 그 파장을 가늠키 힘든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을 대권 후보로 보고 (검증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정치권 인사는 "집권세력인 친박계와 박근혜정부가 반 총장을 지원한다 해도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그런 세력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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