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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식 후원한 미국 기업들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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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식 후원한 미국 기업들 ‘남는 장사’

입력
2018.01.26 17:4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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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업체 코어시빅은 9배나

수주 대신 합병 승인 혜택도

“연방법 허점 파고든 대가성 정치”

지난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막내 아들 배런 트럼프.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막내 아들 배런 트럼프.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때 거액 기부금을 낸 미국 기업 중 상당수가 트럼프 정권 1년간 연방 정부가 발주한 사업에 계약을 맺는 등 기부금 이상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과 로비스트 등에게서 받은 취임식 기부금은 역대 최고액인 1억700만달러(약 1,145억원)였다.

26일 미국의 비영리 정치감시단체인 오픈시크릿츠(opensecrets.org)에 따르면 취임식에 후원금을 낸 200여개 기업 중 연방정부와 거래한 63곳(총 기부금 1,630만달러)을 살핀 결과, 명백한 대가성 거래가 확인됐다. 정권과 이해관계자가 이득을 주고받는 ‘대가성 거래 정치(Pay-to-Play Politics)’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민영 교도소 업체인 코어시빅이 대표적이다. 25만달러를 기부한 이 회사는 법무부와 3억 8,8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2016년 대비 무려 9배나 늘어난 규모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관리부실을 이유로 코어시빅 등을 포함한 ‘민영 교도소 단계적 축소’ 방침을 추진한 걸 감안하면, 극적 반전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취임 15일 만에 전임 정권의 계획을 백지화했다.

민영 교도소 업계 1위인 GEO그룹도 지난해 5억달러 규모의 정부 사업을 따냈다. G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위원회에 25만달러를 전달했고, 대선 당시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민간단체 ‘리빌딩 아메리카 나우’에 22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오픈시크릿츠는 “63개 업체 중 절반 이상에서 정부 입찰 계약이 전년보다 늘어났고, 이들의 2017년 계약 금액은 수 십억달러 이상”이라며 “이 중 6곳은 2016년 단 한 건의 실적도 없던 회사”라고 밝혔다. 최대 계약실적 기업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460억달러를 기록했다.

정부 사업을 수주하지 않은 일부 기업들에겐 다른 혜택이 주어졌다.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화학업체 다우케미칼은 독점 우려 때문에 수 차례 미뤄졌던 듀폰과의 1,300억달러 규모 합병을 승인 받았다. 또 미 환경보호청(EPA)은 같은 해 3월 인체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다우케미칼의 살충제 사용 금지 결정을 번복했다. 화학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 화학위원회 사무총장 출신 낸시 벡이 트럼프 정권에서 EPA의 독성화학물질 담당부서장에 오른 결과였다. ‘통신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지난해 말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터넷 망 중립성 원칙 폐기’ 결정의 최대 수혜자인 AT&T와 버라이즌 등 미국 정보통신기업 6곳도 트럼프 진영에 410만달러를 기부했다.

기업인이 국가 정책에 직접 입김을 불어넣은 흔적도 있다. 미국의 석탄 대기업인 머레이에너지는 300만달러를 기부했는데, 이 회사 로버트 머레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낸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 계획’이라는 메모에서 16가지 정책 요구안을 제시했다. 고위 관료나 정책에 대한 기업의 접근권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오픈시크릿츠는 ‘기업들이 미 연방법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 거래기업이 대선 도중 후보들에게 기부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선거 이후에는 제재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비영리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크레이그 홀맨은 “정부사업 추진 기업이 기부금을 내는 것은 부당한 영향력 행사의 가장 위험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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