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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태권도 수업 싸고...공교육-사교육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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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태권도 수업 싸고...공교육-사교육 충돌

입력
2015.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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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 등 서부지역 15개 초교, 신학기부터 정규 수업에 포함 불구

관장들 항의하자 대부분 편성 포기… 후퇴하는 공교육의 단면 보여줘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들이 정규 수업에 태권도를 편성하자 해당 지역 태권도 학원 관장들이 ‘생존권 침해’라며 수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서울 서부지역 10여개 학교는 이들의 압력행사에 수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후퇴하고 있는 공교육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은 서울 서부지역 15개 초등학교에서 올해 신학기부터 정규 수업에 주당 한 시간씩 태권도를 포함하면서 촉발됐다. 정규과정에 태권도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태권도 학원 관장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항의한 것이다.

24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과 초등학교들에 따르면 서울 은평, 서대문, 마포 지역의 태권도 학원 관장 80여명은 지난 2월 ‘초등학교 태권도 정규과목 채택 저지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수업의 철회를 요구했다. 학교들은 수업 편성 자율권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이유로 거부했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자 버티지 못했다. 실제 대책위는 3일에는 서울 북성초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지난 19일에는 하늘초의 교장실을 집단으로 찾아 항의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 대책위의 집단행동에 태권도를 편성한 15개 학교 중 12개 학교가 정규 수업 편성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경래 북성초 교감은 “항의가 들어오자 애초 전교생을 대상으로 계획했던 태권도 수업을 5~6학년만을 대상으로 시간도 절반 가량 줄이겠다는 대안을 제안했는데 대책위는 무조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며 “학기 초 학교가 가장 바쁠 시기인데 교장실을 찾거나 시위를 여는 등의 혼란을 겪어 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책위는 또 일부 학교에 대해서는 방과 후 수업에서도 태권도를 제외하라는 요구도 했다. 허선화 하늘초등학교 교장은 “이미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방과후 학교 태권도 과정까지 중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경래 교감은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같은 논리라면 피아노나 미술 교육도 학교는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 측은 “오죽했으면 집단행동에 나섰겠느냐”며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이 원망스럽다는 입장이다. 태권도 학원의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학교 측은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방적인 편성을 했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는 태권도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원으로부터 ‘재능 기부’를 받고 학원에서 이루어졌던 승단 심사 계획까지 세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학교에서 정책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시작하자 컴퓨터 학원들이 문을 닫았다”며 “태권도도 정규 수업에 편성 되면 학생들이 학원에 올 이유가 없게 되는 상황에서 재능 기부를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대책위와 학교 관계자들은 “태권도는 아이들의 예절ㆍ질서 의식 강화, 집중력 향상 등의 교육적 효과가 크다”며 “정부가 입으로만 인성교육 강화를 외치지 말고, 재정 지원과 같은 대안 마련해 상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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