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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 147쌍 약현성당으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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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 147쌍 약현성당으로...왜?

입력
2015.10.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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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된 일반 웨딩홀보다

분위기 좋고 비용도 저렴해 선호

신자 증명 등 조건 까다로워도

인기 성당 혼배 추첨식 북새통

"허례허식 줄이고 결혼 의미 추구"

약현성당 본당에서 한 커플이 혼배를 올리고 있다.
약현성당 본당에서 한 커플이 혼배를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본당. 이날은 1년에 한 번뿐인 ‘2016년 성당 혼배(결혼식) 날짜 추첨식’이 열린 날로 147쌍의 예비부부와 이들의 가족, 친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이곳은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결혼식은 물론 영화 촬영지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추첨이 시작되자 예비부부들은 선착순으로 받은 번호표에 따라 추첨순서 번호를 뽑은 뒤 순서대로 화이트보드에 적힌 결혼 날짜를 골랐다. 그러나 봄ㆍ가을 인기 날짜가 하나 둘씩 동이 나면서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33번째로 추첨순서 번호를 골랐지만 196번에 걸린 황의종(31)씨는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황씨는 “희망 날짜를 10개 넘게 골라 왔지만 거의 끝 번호라 사실상 포기했다”며 “비용 대비 결혼식다운 엄숙한 분위기 등이 맘에 들었지만 일반 웨딩홀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화된 결혼식에 신물 난 예비부부 사이에서 성당ㆍ교회 결혼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려하지만 비싼 호텔 결혼식과 양가 등 주변 시선으로 선뜻 실행이 어려운 ‘작은 결혼식’의 틈새에서 분위기와 비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장점에 실속파 예비부부들이 몰리는 것이다. 밀려드는 문의에 인기 성당, 교회 등은 아예 스케줄표를 홈페이지에 내걸고 추첨식을 진행한다. 가장 인기가 좋은 약현성당의 경우 2년 전 120쌍이 지원한 데 비해 올해 20%가량 늘었다. 성당은 신랑ㆍ신부 둘 중 한 명은 신자여야 하며 교적 증명, 혼인관계증명서, 세례증명서 등을 구비하고 혼인 교리 강좌를 듣고 수료증도 받아야 한다. 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둘 다 해당 교회를 등록한 지 1년이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건 곳도 있다.

일부 예비부부들은 원하는 분위기를 갖춘 성당이나 교회를 찾아 적을 옮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직장인 김모(27ㆍ여)씨는 5년 동안 다니던 교회를 그만두고 지난 8월 서울 중구의 한 유명교회로 옮겼다. 결혼 날짜 추첨식을 1주일 앞두고 부랴부랴 교회를 바꿨지만 허사였다. 김씨는 “목사님께 울면서 사정했지만 1년 이상 다닌 신자만 식이 가능해 결국 추첨 대상에 포함될 수 없었다”며“울며 겨자먹기로 교회 인테리어를 갖춘 웨딩홀에서 비싸게 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유명 교회 관계자는 “면담하다 보면 결혼식을 위해 교회를 옮기는 것이 티가 난다”며 “식을 올린 뒤에는 나타나지 않는 분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손수 식을 준비하는 ‘작은 결혼식’만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도 장점이다. 일반 웨딩홀에 비해 대관료, 꽃 장식, 사진 촬영 등에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대도 2만원대부터 고를 수 있어 일반 웨딩홀보다 1,2만원 가량 저렴하다. 한국웨딩플래너협회 관계자는 “성당ㆍ교회 결혼식은 주차장, 신부 대기실 등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단점이 있지만, 허례허식을 줄이고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싶다는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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