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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憂憂” 낙농가 벼랑 끝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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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憂憂” 낙농가 벼랑 끝 시름

입력
2015.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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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서 30여년간 젖소 키운 50대

우유 공급 과잉ㆍ납품물량 축소에

절반 도축 후 목장 ⅔ 과수원으로

“우리 밀 도태 전철 다시 밟나”

낙농가 줄도산 위기에 깊은 탄식

“노후가 불안하니 복숭아라도 심어야죠. 과실 농사에 좋은 토양으로 흙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경북 경산시 압량면 당리리 낙농가인 박순흠(59ㆍ한국낙농육우협회 경북지회장)씨 목장. 박씨는 3,000평 규모의 전체 면적에서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던 2,000평을 과수원으로 바꾸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대형 우사 뒤편에는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눈에 띄었다. 객토(客土ㆍ성질이 다른 흙을 가져와 섞는 것)를 하기 위해서다. “경산은 원래 포도, 복숭아가 잘 자라고 유명해요. 이번 겨울부터 당장 뭐라도 좀 심어봐야죠.”

박씨는 30년 넘게 낙농업을 해 왔다. 1984년 송아지 두 마리로 시작했다. 송아지를 사는 데 토지 300평 값과 맞먹는 거금이 들었다. 한때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암컷만 60두를 키웠지만 지난 3년 동안 우유 공급 과잉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30두로 줄었다. 지난 6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일꾼을 내보냈고 지난달에는 우사 한 동도 철거했다. 남은 우사 한 동은 박씨 부부가 직접 돌보고 있다.

경북 경산지역 낙농인 박순흠씨가 9일 자신의 우사(외양간)에서 젖소에게 볏짚을 먹이고 있다. 박씨는 “우유 공급 과잉으로 낙농인들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경북 경산지역 낙농인 박순흠씨가 9일 자신의 우사(외양간)에서 젖소에게 볏짚을 먹이고 있다. 박씨는 “우유 공급 과잉으로 낙농인들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답답한 건 앞으로도 우유 생산량을 얼마나 더 줄여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는 점이다. 올 들어서만 비락우유가 경산지역 납품물량의 13.5%, 남양ㆍ매일유업이 각각 5%씩 계약생산량(쿼터ㆍ정상가로 지급되는 원유량)을 줄였다. 연초 쿼터를 3.7% 줄였던 낙농진흥회는 지난 여름 추가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보류했다. 박씨는 “10년 전만 해도 경북 낙농가가 2,000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570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은 지난 한 해만 젖소 암컷 2,200여 마리를 도축했다.

박씨와 이웃해 있는 낙농가인 김모씨(47)는 3개월 전 젖소에서 한우로 품목을 전환했다. 김씨는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정부가 젖소 사육을 장려하면서 생산량을 늘렸다가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게 된 경우다. 당시 하루 300리터 가량 우유를 생산하던 김씨는 새로 부지를 임대하고 젖소를 늘려 1,600리터까지 생산할 만큼 목장 규모를 확장했다. 하지만 쿼터 물량이 계속 줄어들자 생산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낙농업을 접었다. 김씨는 “1,300만원짜리 원유냉각기를 남에게 주고 싶어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며 “꼼짝 없이 고철상에 10만원에 넘기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우유 공급 과잉에 따른 낙농가 몰락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 한 해 도축된 젖소 암컷만 6만 1,254마리에 이른다. 2013년보다 14% 늘어났다. 낙농가의 계약생산을 주도하는 농림수산부 산하 특수법인인 낙농진흥회의 경우 지난 상반기 젖소 3,400마리를 도축했고, 농협중앙회는 400억원을 투입해 젖소 3,800여마리를 도축하기로 했다.

박씨는 “흰 우유에서 유가공제품으로 우유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지만 정작 유가공제품 소비는 수입산에 장악되고 있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 밀농사가 외국 밀가루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도태됐듯이 낙농가들도 줄도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탄식했다. 낙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산=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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