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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훅 가서 망했다'는 백보드 교훈

입력
2018.04.20 16: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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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공천파동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이 당시 국회 대표실에 '정신차리자 한 순간 훅간다'는 백보드를 내걸었다. 2년 뒤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같은 자리에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백보드를 걸었다. 2년 전 새누리당은 망했다. 2년 후 한국당은 어떨까.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공천파동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이 당시 국회 대표실에 '정신차리자 한 순간 훅간다'는 백보드를 내걸었다. 2년 뒤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같은 자리에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백보드를 걸었다. 2년 전 새누리당은 망했다. 2년 후 한국당은 어떨까.

박근혜 정부 몰락의 시초가 된 2016년 4ㆍ13 총선 공천이 한창이던 3월초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 벽면(백보드)에 '정신 차리자. 한 순간 훅 간다'는 문구가 걸렸다. 모든 일에 신중하게 처신하고 판단하라는 자계(自戒)였지만 집권당 대표실에 걸린 문구치고는 너무 천박하다고 직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글까지 써놓고도 '막말 파문' '옥새 파동' '진박 감별' 등 온갖 잡음을 일으키며 정신을 차리지 않아 말 그대로 정권이 훅 간 것은 아이러니다.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이것을 본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 얼마 전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회의실 벽면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백보드를 내걸었다. 스스로를 '디스'한 이 문구는 '독고다이'홍준표 대표와 '들개' 김성태 원내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당은 "자기 반성과 여권에 대한 경고를 담은 이 메시지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 6ㆍ13 지방선거의 주요 슬로건으로 널리 활용할 방침"이란다. 반성과 해학이 담긴 짧은 이 문구가 낡고 늙고 딱딱한 한국당의 이미지를 씼어내는데 제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 하지만 이 문구의 저작권은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있다. 그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여러 의혹이 불거진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오만한 청와대, 침묵하는 여당... 우리도 이러다 망했습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우리는 침묵하는 여당이 국민과 괴리된 '나 홀로 청와대' 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며 "독선과 오만, 불통으로 또다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견제한 발언이겠으나 김경수 등 여권 핵심의 망신살을 예언처럼 짚어냈다.

▦ 박근혜 청와대는 '한 순간 훅 간다'는 메시지를 '찍히면 훅 간다'는 경고로 삼아 자신에게 대드는 유승민 등 비박 세력을 '훅' 보내려다 자신들이 '훅 가는' 신세가 됐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이번 메시지를 자학적인 것으로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만 쳐다보다 한 순간 '폭망한' 새누리당의 유령이 지금 한국당은 물론 민주당 주변에도 어른거린다. 더 우스운 것은 추미애 대표 등이 그 유령을 부르려고 굿판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다. '정신 차리자. 한 순간 훅 간다'는 백보드는 지금 민주당 회의실에 걸려야 한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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