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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판 ‘살찐 고양이법’ 발의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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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판 ‘살찐 고양이법’ 발의에 주목한다

입력
2016.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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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 국회의원 및 고위 공직자의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안)을 발의했다. 양극화 및 소득격차 해소가 시급한 국가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 법안 발의를 계기로 불평등 문제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와 해결책 모색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법안은 민간기업 임직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은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을 기준으로 하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라도 연봉이 4억5,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언뜻 임금 상한선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유난히 심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생각하면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심 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일반 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180배에 달했다. 임금소득도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11배나 많은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5~7배에 비해 월등히 큰 격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조차 “일부 대기업 CEO의 연봉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법안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인적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제기됐다고 한다. 민간기업의 임금을 입법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를 두고도 논쟁이 일 법하다. 그러나 외국에 유사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법안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이유도 없다.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경영진의 연봉을 최저연봉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살찐 고양이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기업가를 뜻하는데 이들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의 어려운 형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액의 상여금을 챙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더욱이 이 법안은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에 연동시키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고임금도 따라 오르도록 했으니 경영자와 종업원이 서로를 의식하고 상대의 권익을 보호하려 할 가능성을 높여 노사 갈등 완화라는 또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회는 최고임금법의 취지와 목표를 누구보다 잘 알 만하다. 최근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3당이 입을 모아 날로 심화하는 양극화나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나 제도적 장치의 도입을 촉구했다. 사회적 불평등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국회가 정파를 넘어 얼마든지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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