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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ㆍ런던서 또… 유럽 ‘로 테크 테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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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ㆍ런던서 또… 유럽 ‘로 테크 테러’ 공포

입력
2017.08.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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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서 소말리아 출신 남성

군인에 칼 휘두른 뒤 사살돼

30분 후 런던서도 흉기난동 사건

경찰 3명 다치게 한 뒤 체포

스페인 테러 후 5건 잇달아

폭발물 테러보다 예측 더 힘들어

25일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서 경찰이 흉기난동 테러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5일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서 경찰이 흉기난동 테러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첨단 무기나 고성능 폭탄이 아닌, 차량이나 칼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도구를 활용한 이른바 ‘로 테크’(low-tech) 테러 공포가 전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사상자 120여명(사망 16명)을 낳은 지난 17일 스페인 차량돌진 연쇄 테러가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그 이후 열흘간 유럽 각국에서 단순 수법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25일(현지시간)에는 유럽의 심장부인 벨기에 브뤼셀과 영국 런던에서마저 테러로 추정되는 흉기난동 사건이 각각 발생했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차 본거지를 잃어가며 조직의 지원이 필요치 않은 ‘로 테크’ 테러를 통해 서구사회의 공포를 확산시키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6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의 관광명소 그랑플라스 인근 지역에서 한 남성이 테러경계 근무 중이던 군인들을 향해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군인 2명이 부상을 당했고, 해당 남성은 다른 군인들에게 총격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소말리아 출신 30세인 그는 2004년 벨기에에 입국한 뒤, 2015년 벨기에 국적을 취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당시 가짜 총기와 이슬람 경전인 코란 2권도 소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30분 후쯤, 바다 건너 런던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 여왕 거주지인 버킹엄궁 주변에서 한 남성이 길이 120㎝의 장검으로 경찰 3명을 다치게 한 것이다. 자신의 차를 몰고 출입제한구역에 주차된 경찰차에 접근한 이 용의자는 경찰이 검문하려 들자 돌연 차 안에 있던 칼을 집어 들었으나 몸싸움 끝에 제압됐다. 현지 경찰은 그를 체포해 심문 중이며, 신원에 대해선 “런던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루턴 출신 26세 남성”이라고만 밝혔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스코틀랜드 발모럴 성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용의자들이 모두 범행 순간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ㆍ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사실이다. 특히 런던 테러 용의자는 몸싸움 중에도 이 말을 줄곧 반복했다. 벨기에와 영국 경찰은 각각의 사건들을 테러로 규정, 용의자들의 주거지를 급습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로선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든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양국 경찰의 시각이다. 실제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선전기구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브뤼셀 테러범과 관련, “IS 전사 중 한 명으로, 미군 주도 동맹군을 공격하라는 명령에 응답하고자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런던 흉기난동 사건은 27일 런던 서부에서 30세 남성이 공범 또는 교사범 혐의로 추가 체포되는 등 조직적 범행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스페인 연쇄 테러 이후, 유럽에서의 테러 위협은 공개된 것만 벌써 5건이다. 핀란드 투르크 흉기난동(18일)과 러시아 수르구트 흉기난동(1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공연장 폭발물 테러 시도(23일) 등에 이어 주말 사이 한꺼번에 2건이 추가됐다.

문제는 복잡한 도구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는 ‘로 테크’ 테러가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이다. 대규모 폭발물 테러의 경우 관련 첩보가 당국에 사전 포착되기도 하는 반면, ‘로 테크’ 테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피해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해도 발생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건 힘들다는 얘기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에서의 테러 중 대부분은 칼이나 차량을 사용한 ‘로 테크’ 공격”이라며 “이번 테러 2건도 경계 수준을 높인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가 시민 5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증)를 거부한다”, “평화를 원한다” 등의 구호가 울려 퍼진 시위에는 펠리파 6세 스페인 국왕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동참했다. 스페인 국왕의 대중 시위 참여는 1975년 왕정복고 후 처음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왼쪽에서 세 번째)가 마리아노 라호이(네 번째) 스페인 총리 등과 함께 26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테러 규탄 집회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왼쪽에서 세 번째)가 마리아노 라호이(네 번째) 스페인 총리 등과 함께 26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테러 규탄 집회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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