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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치닫는 새누리… 비박-친박 “끝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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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치닫는 새누리… 비박-친박 “끝까지 가보자”

입력
2016.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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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은 국정농단 방패막이 세력”

비상시국위, 탈당 촉구 성명 압박에

친박, 김무성ㆍ유승민 겨냥

“탈당이든 뭐든 해봐라” 강공

비박, 오늘 긴급회의 소집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 비박계의 두 축인 유승민(맨 왼쪽)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뒷줄 오른쪽) 전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 비박계의 두 축인 유승민(맨 왼쪽)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뒷줄 오른쪽) 전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새누리당 친박계의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비박계의 탈당 요구에 맞서기 위해 11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친박 의원들과 대규모 심야회동을 마친 뒤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친박계의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비박계의 탈당 요구에 맞서기 위해 11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친박 의원들과 대규모 심야회동을 마친 뒤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계 간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11일 친박계가 ‘구당(救黨)’을 명목으로 꾸리기로 한 ‘혁신과 통합연합 준비모임’은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에 맞서는 결사체다. 친박계는 비상시국위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계기로 강하게 책임론을 제기하며 탈당을 요구하자 비박계의 두 축인 김무성ㆍ유승민 두 의원을 겨눠 “함께 할 수 없다”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양쪽 모두 ‘끝까지 가보자’는 기류여서 이미 ‘분당(分黨)행 열차’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 중 열릴 ‘포스트 탄핵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날 비상시국위는 대표자ㆍ실무자 연석회의와 총회를 잇달아 열어 친박계에 탈당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비상시국위는 성명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를 방조ㆍ옹호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진실 규명과 단죄를 방해해 민심을 위반한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친박계를 향해서도 “가짜 보수는 청산돼야 한다”며 “당을 특정인의 사당으로 만들고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된 이들이 스스로 당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이날 비상시국위 회의에선 비박계가 당을 떠날 것이냐, 친박계를 떠나게 할 것이냐를 두고 격론이 오갔으나 먼저 탈당을 택하기 보다 상대를 출당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언제까지 (친박 지도부 자진 사퇴와 탈당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지만, 우리가 먼저 나가면 오히려 당을 떠나야 할 사람들(친박계)이 당을 지키는 이들로 비쳐질 수 있다는 반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간에 미묘한 이견도 있었다. 김 전 대표는 친박계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였던 반면, 유 의원은 당에 남아 일단 인적 청산을 시도해보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비상시국위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고사해 비상시국위는 향후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유 의원은 대표 제안에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참석 의원들은 전했다.

그러나 비상시국위 내부에선 탈당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비상시국위에 참여하는 중진 의원들은 본보 통화에서 “친박계가 버티면 지도부를 끌어 내리거나 친박계를 출당시킬 방법이 없다”, “당에서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일부 의견이 있지만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상시국위는 당헌ㆍ당규상 지도부를 끌어내릴 수단이 없어 압박 의도로 꾸린 일종의 ‘동거정부’다. 이 때문에 비상시국위에서조차 “이런 현실적 한계를 이미 알면서도 결단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먼저 당 밖으로 나간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등 탈당파는 이날 별도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했다.

친박계 의원 40여명이 이날 심야에 긴급 대규모 회동을 한 건 그만큼 비박계의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탄핵안 표결 전부터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날 김무성ㆍ유승민 두 의원을 지목하며 사실상 당을 나가라고 요구한 것도 이들을 따라 집단 탈당할 의원들이 얼마 되지 않으리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비박계는 구심이 없어 모두 ‘마이 웨이’”라며 “탈당이든 뭐든 해보는 데까지 해보라고 하라”고 쏘아붙였다.

친박계가 밝힌 대로 오는 13일 원내ㆍ외와 광역단체장을 아우르는 친박계만의 ‘혁신과 통합연합 준비모임’이 출범하면 새누리당은 유례없는 ‘한 지붕 두 지도체제’가 된다. 친박계가 예상 외의 강공으로 나오자 비박계 역시 결단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비상시국위는 이날 밤 예정에 없던 12일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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