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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맞짱 뜰 알파고… 아직은 바둑 잘 두는 기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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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맞짱 뜰 알파고… 아직은 바둑 잘 두는 기계일 뿐

입력
2016.02.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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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딥러닝

마쓰오 유타카 지음ㆍ박기원 옮김

동아앰앤비 발행ㆍ270쪽ㆍ1만5,000원

유럽의 바둑 챔피언(세계랭킹 633위)을 꺾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기세 등등하게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냈다. 체스는 이미 제압되었고, 한동안은 난공불락일 것으로 여겨졌던 바둑마저 기계에 밀릴 것 같은 분위기에, 하필 도전 상대가 우리와 친숙한 기사 이세돌인 바람에 이 얘기는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어 이제 식상할 정도다. ‘엑스마키나’, ‘트랜센던스’, ‘터미네이터’, ‘HER’, ‘아이로봇’, ‘채피’,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등의 영화에서 본 이미지들이 제멋대로 머리 속에서 편집되면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묵시록적 세상이 당장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일본 도쿄대에서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저자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런 신화에 찬물을 끼얹으려 작정한 것 같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풋내기 연구자로서 연구비 심사에 도전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때 면접관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아직도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음을 고백한다. 그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당신처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네요”라고 면접관은 쏘아붙였고, 그가 제출한 연구 제안은 예상대로 거부되었다.

첨단 인공지능 연구가 왜 이런 냉담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을까? 그것은 우리들의 오해와 인공지능 발달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컴퓨터는 말 그대로 ‘계산기’(또는 계산을 전담하는 사람)에서 출발했다. 인공지능은 비록 인공이지만 ‘사람’을 연상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인간에 대한 기대를 기계에게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인공지능이나 인공지능을 뇌로 장착한 현실의 로봇은 특화된 몇가지 일에만 뛰어날 뿐 그 지능 수준에서 단순한 곤충에도 못 미친다.

저자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 태동된 인공지능 연구가 어떻게 두 번의 겨울을 거쳐 세번째 시기인 기계학습의 시대로 넘어왔으며 빅데이터와 딥러닝이 그 동안의 침체와 부진을 뚫는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소상히 밝힌다. 저자는 토론토 대학 제프리 힌톤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딥러닝(심층학습)을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서 50년간의 혁신이라고 말한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특징표현 학습’은 그냥 또 하나의 기술이자 방법이 아니다. “인간이 특징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가 스스로 높은 차원인 특징을 획득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새로운 차원의 기술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계가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비로소 찾은 것 같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방법은 선택과 도태, 즉 유전적인 진화의 알고리즘 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뛰어난 것은 변화를 남기고 뒤떨어진 것은 도태된다. 인간의 뇌 속에서도 예측이라는 목적으로 도움이 되는 뉴런의 한 무리는 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사라져 가는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선택과 도태의 메커니즘 속에서 딥러닝을 실현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조직의 진화도, 생물의 진화도, 뇌 속 구조 변화도, 사실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랜 연구 과정과 시련으로 다져진 그는 결코 인공지능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 대신 정확히 알고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할 것을 권고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어 투를 벗어나지 못한 졸속 번역이 거슬렸지만 책 내용은 시의 적절했다. 미루지 말고 바로 읽을 것을 권한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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